끝이 보이지 않는 '박항서 매직'에 베트남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어제(15일) 홈그라운드인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꺾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우승하자 베트남 전역의 축구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4만 관중이 가득 메운 미딘경기장을 포함해 건물 곳곳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우렁찼습니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서로 얼싸안으며 덩실덩실 춤을 췄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많았습니다.
경기를 직접 관람하던 베트남 권력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서열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악수하며 기뻐했습니다.
푹 총리 등은 또 경기장으로 내려가 결승골을 넣은 응우옌 안 득 선수 등을 안으며 격려했습니다.
푹 총리는 이어 시상대에 오른 박 감독을 한참이나 안은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은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선수들은 박 감독에게로 달려가 헹가래를 치며 감사 인사를 했고, 일부 선수는 대형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며 존경을 표시했습니다.
흥분한 팬들은 부부젤라를 요란하게 불며 베트남 국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불꽃을 터트리고 오토바이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자축했습니다.
수많은 팬이 연호하는 '베트남 보딕(우승)', '베트남 꼬렌(파이팅)' 소리는 밤늦게까지 그칠 줄 몰랐습니다.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도 심심찮게 들렸습니다.
또 박 감독의 대형 사진이 긴 행렬을 이끌었고, 태극기도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함께 곳곳에서 휘날렸습니다.
수도 하노이와 베트남 남부 경제중심지 호찌민을 포함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퍼레이드가 이어졌습니다.
박항서호에 대한 응원 열기는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뜨거웠습니다. 베트남 전역이 거대한 응원장이 된 듯했습니다.
미딘경기장 앞에는 대낮부터 수많은 팬이 몰려 북을 치고 부부젤라를 부르며 '베트남 꼬렌'을 연호했습니다.
한 베트남 청년이 박 감독과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안경을 쓴 채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는 등 '박항서 코스프레'를 해 수많은 악수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한인회는 이날 태극기 1만장을 제작해 미딘경기장 앞에서 현지 축구 팬들에게 나눠줘 경기장 안팎이 태극기 물결을 이뤘습니다.
이날 결승전 입장권은 온라인과 암표 시장에서 판매가의 10배 이상으로 뛴 것으로 알
박항서 감독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9월 끝난 아시안게임에서도 첫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썼습니다.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스즈키컵에서의 우승은 올해 '박항서 매직'의 화룡점정이 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