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하얗게 변한 그라운드를 뒤에 두고 SK와이번스 좌완투수 김태훈(28)과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27)은 티격태격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어깨동무를 하라고 부탁하자 김태훈이 “한 살 형인 제가 작게 나오면 안된다”라며 기어이 계단 위로 올라가 박종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박종훈도 싫지 않은 듯 그냥 미소만 지었다.
1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김태훈과 박종훈은 여전했다. 한 살 터울인 둘은 SK에서 단짝으로 유명하다. 김태훈은 2009년 1차지명, 박종훈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9순위로 입단했다. SK가 한창 왕조시절 때 둘은 왕조의 기대주로 손꼽혔다.
마침내 왕조의 씨앗은 왕조의 주역으로 거듭난다. 둘은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둔 SK의 1등공신들이었다. 김태훈은 올 시즌 61경기에서 94이닝을 던져 9승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마당쇠 역할을 자처하며 자신의 커리어하이 기록을 세웠다. 박종훈은 30경기에서 159⅓이닝 14승8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역시 개인 최고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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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눈이 쌓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SK와이번스 김태훈(왼쪽)과 박종훈(오른쪽). 사진=안준철 기자 |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둘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김태훈은 “따뜻하다 못해 덥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한국시리즈 이후 각종 행사에 바빴던 박종훈도 야구장에 출근해 꾸준히 운동을 하며 내년을 대비하고 있다. 김태훈 보다 어리지만 일찍 결혼해 딸을 두고 있는 박종훈은 곧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둘은 올해 가을야구가 개인적으로 처음 경험하는 포스트시즌이었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SK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들어온 신인들이었지만, 기회를 잡기에는 신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다. 꿈만 같은 첫 가을야구에서 둘이 사고를 친 것이다. 박종훈은 “사실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전 전패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김태훈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훈은 “정규시즌에도 많이 던졌다고, 가을야구 할 때도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정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정말 힘들지 않았다. 계속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집중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 때 정말 우주의 기운이 우리에게 몰린다라는 기분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승에 대한 쾌감을 말하는 중간에도 둘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바로 우완투수 서진용(26)이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태훈-박종훈-서진용까지 한 살 터울인 세 사람은 SK선수단에서 유명한 단짝, 삼총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SK는 셋을 활용해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2013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대하기도 했다. 서진용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긴 했지만 둘만큼 활약을 펼치지도 못했고,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 김태훈은 “(서)진용이도 잘해서 셋이 함께 인터뷰를 했으면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라며 “진용이는 내가 본 투수 중 가장 좋은 축에 들어간다. 공도 빠르지만, 유연하다. 운동 능력이 좋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박종훈과 함께 “내년에는 잘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종훈이 처음으로 두자릿수 승리투수가 되며 3총사 중 가장 먼저 빛을 본 일원이 됐고, 올해는 김태훈이 껍질을 깼다. 둘은 “이제 진용이 차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왕조의 일원이라고 불릴만한 둘이지만, 둘은 손사래를 쳤다. 박종훈은 “포스트시즌에는 팀에 누를 끼친 것 같다. 더구나 이제 지키는 입장이다”며 “올해 15승을 못한 아쉬움보다는 160이닝에 ⅔이닝이 모자른 아쉬움이 더 크다. 내년에는 170이닝을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올해 아쉬운 점은 크게 없다”면서도 “100이닝을 넘겨볼 까 했는데, 나는 괜찮아서 더 던질 수 있는데, 감독님, 코치님들과 팀 동료선수들도 걱정많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이제 둘은 내년 시즌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김태훈은 “올해도 그렇고 시즌 전에 감량한 좋은 효과를 봤다. 9kg 감량해야 된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꼽히는 그는 “나도 얘기를 들어서 알았다.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로 많이 나갔지만, 터프한 상황에서 경기를 끝내기 위해 올라가는 경험은 많지 않아서 그 부분이 걸린다”라면서도 “내년에는 승리, 홀드, 세이브 합쳐서 30개가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박종훈은 “승리보다는 내년 시즌 100탈삼진을 거두면 5년 연속 100탈삼진이다. 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맣했다.
이제 둘은 본격적인 SK왕조 구축에도 힘을 보태기 위해 다시 뭉쳤다. 김태훈은 “올 시즌 재미를 본 슬라이더의 제구력을 더 신경 쓰고, 제3구종을 장착한다. 무슨 공인지는 영업비밀”이라고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