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냉정히 말해 전반 20분까지는 절망스러웠다. 호주의 파상공세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호주의 강한 압박에 자주 볼을 뺏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빌드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다. 호주는 슈팅 7개를 시도하며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초반 점유율은 3대7로 크게 밀렸다.
↑ 한국-호주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는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그러나 경기 분위기는 전반 22분 180도 달라졌다.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슈팅 하나에 의해. 그만큼 골이 끼치는 ‘영향’은 매우 컸다. 골만큼 흐름을 단번에 바꾸는 것이 없었다.
한국은 단 한 번의 슈팅으로 호주의 골문을 열었다. 라인을 끌어올린 호주 수비의 허를 찔렀다. 김민재(전북 현대)의 정확한 롱 패스와 황의조의 쇄도가 돋보였다. 올해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던 황의조는 투 터치 후 골키퍼와 수비수의 위치를 확인한 후 골문 빈 구석으로 차 넣었다.
이후 주도권을 잡은 팀은 한국이었다. 호주의 공세가 한풀 꺾였다. 한국의 전진 패스도 성공률이 높아졌다. 점유율을 높이면서 템포도 조절했다.
전반 막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황의조가 부상으로 빠지기도 했지만 기복은 없었다. 후반 들어 급격히 흔들렸던 10월 16일 파나마전과 달랐다.
수비도 지능적으로 호주의 반격을 차단했다. 김민재의 수비력이 인상적이었다. 호주의 공격은 꽉 막혔다. 반면, 한국의 공격이 예리했다. 후반 16분 황인범(대전 시티즌)과 후반 26분 주세종(아산 무궁화)의 프리킥 슈팅에 호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쫓기는 호주를 상대로 한국은 다양한 카드를 꺼내 점검했다. 주세종, 나상호(광주 FC), 이진현(포항 스틸러스), 김정민(FC 리퍼링),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
호주의 마지막 공격 하나를 막지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나무랄 데 없는 호주전(1-1 무)이었다. 벤투 감독의 뜻대로 길을 제대로 걸어가고 있다. 그렇게 갈 수 있도록 만든 건 물론 황의조의 골, 그 한 방이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