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거센 가을비가 한반도 전역을 적셨다. 안 그래도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로 늦춰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도 한 템포 쉬어가게 됐다.
야구에서 우천순연은 흐름을 바꿀 수도, 굳힐 수도 있는 변수다. 6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천순연이 나왔다. 가을야구의 끝자락에서 전체 시리즈의 흐름이 바뀔지도 모르는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산 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2018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이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우천 취소됐다. 이날 취소로 한국시리즈 일정은 하루씩 뒤로 밀렸다. 4차전이 금요일인 9일, 5차전이 토요일인 10일 열리게 된다. 6차전까지 가게 되면 11일 하루를 쉬고 월요일인 12일 잠실에서 6차전이 열린다.
![]() |
↑ 8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질 201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우천으로 인해 취소됐다. 한대화 경기감독관은 오후 4시 경 비가 계속해서 내리자 두산과 SK에 경기 취소를 고지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한국시리즈에서 우천 취소는 전체 시리즈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대표적인 우천취소가 역대 두 번째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의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다. 당시 한국시리즈는 최동원의 4전 전승으로 명승부로 회자된다. 당시 최동원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완봉승, 3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뒀다. 5차전에서 완투패를 기록한데 이어 6차전에서 5회부터 구원 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최동원이라고 해도 다음날 열리는 7차전 등판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런데 7차전을 앞두고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취소되면서 최동원은 하루 휴식을 취하고 7차전에 선발로 나가 9이닝을 4실점으로 버텼고, 롯데는 유두열의 역전 3점홈런이 터지면서 롯데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완성됐다.
두산과 삼성의 2011년 한국시리즈도 비가 시리즈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적 예다.당시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은 1차전을 승리하면서 여유있게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2차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프를 거친 두산은 비로 하루를 더 쉬면서 2차전부터 내리 3연승을 거뒀고 결국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최근 우천취소도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인천이었다. 삼성과 SK의 2012 한국시리즈는 삼성이 홈인 대구에서 2차전까지 2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SK도 우천순연으로 하루 쉰게 도움이 됐다. 비로 하루를 더 쉬고 인천에서 열린 3,4차전을 모두 잡고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만들었다.
이날 한국시리즈 4차전 취소 가능성은 기상 예보에 따라 일찍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다만 이날 우천 취소가 누구에게 득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애초 4차전이 순연될 경우,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와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SK에 득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앞선 3차례 경기에서 전력상 열세로 예상됐던 SK가 두산을 2승1패로 앞서면서 지금은 딱히 한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두산은 일단 선발을 이영하에서 조쉬 린드블럼으로 변경했다. 1승2패의 시리즈를 2승2패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반면 SK는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펼쳤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통틀어 8경기째 치르고 있다.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는
비가 어느 쪽에 미소를 지어질 줄은 지켜봐야 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가 취소된 뒤 취재진과 만나 “결국 이기는 쪽에 도움이 되고. 고마운 비 아니냐”고 반문했다. 과연 비는 누구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