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2일 한화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일찍 타격 훈련을 하려는 김혜성(20·넥센)을 부른 장정석 감독이다. 꽤 긴 대화였다. 아니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긴 격려였다.
김혜성은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2루수로 송성문이 나갔다. 김혜성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실책 2개를 범한 사이 기회를 부여받은 송성문의 타격감이 절정이었다.
김혜성은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5경기 연속 선발 제외였다. 이에 김혜성은 “특별히 이를 갈지는 않았다. (송)성문이형이 잘해줘서 팀이 이겼다.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했다”라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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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 6회초 수비. 그는 빠른 연결로 넥센을 위기에서 구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렇지만 김혜성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장 감독의 독려를 받았을 때 그는 “다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말 잘하고 싶다”라고 했다.
30일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 김혜성은 다시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넥센은 2패로 가을야구를 끝내야 할 위기에 몰렸다.
그 가운데 김혜성은 공-수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며 넥센의 승리에 앞장섰다.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
이정후의 부상 후 넥센은 1번타자가 자주 바뀌었다. 그 만큼 고민거리다. 그 가운데 김혜성이 리드오프로서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김혜성은 “수비에서 실수하지 않고 공격에서 잘 치고 싶었다. 그런데 둘 다 잘해서 정말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내가 리드오프 역할을 괜찮게 한 것 같아 더 기쁘다. (1번타자라고)부담은 없었다. 편하게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수비도 안정됐다. 실책은 없었다. 그물망 수비로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3차전 승리투수 한현희는 “형은 널 믿었어”라며 김혜성을 안아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종료 후 스트레스가 심했던 김혜성이다. 툭툭 확실히 털어냈다. 그는 “큰 경기는 수비가 중요하다. 그래서 실책을 하면 안 된다. 실책을 범하면 무척 힘들다. 경기에 선발로 나가지 않는 동안 생각을 많이 비웠다.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데다 중요한 경기였던 터라 실책을 안 하고 싶었는데 다행이다”라며 밝혔다.
6회초 1사 만루의 최대 위기 탈출 과정에서도 김혜성의 공이 컸다. 오주원이 대타 정의윤을 내야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수 송성문의 포구 후 2루 송구가 다소 늦었다. 2루에서 이를 받은 김혜성은 재빠르게 다시 1루수 박병호에게 던져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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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성은 플레이오프 3차전 5회말 허슬플레이로 넥센의 결승 득점을 올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
김혜성은 “성문이형의 송구가 조금 늦어 내가 빨리 던지려고 했다. 평소보다 더 세게 1루로 공을 던졌다”라며 웃은 뒤 “다행히 그 위기를 넘기면서 분위기가 우리에게 넘어갔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혜성은 포스트시즌 첫 멀티히트에 “운이 좋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그저 행운 때문은 아니다.
1득점도 결승 득점이었다. 5회말 3루타를 친 후 송성문의 짧은 희생타에 홈까지 달렸다. 포수 이재원과 충돌도 있었지만 정확히 홈을 터치했다. 몸을 사리지 않은 허슬플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