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임창용의 ‘동행’이 끝날 수밖에 없던 이유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KIA 타이거즈와 임창용(42)의 동행이 3시즌 만에 끝났다. 변화가 필요해진 분위기 속 팀은 결단을 내렸다.
KIA는 24일 임창용과 재계약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다만 임창용은 현역 연장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KIA에서 데뷔해 여러 팀에서 파란만장한 프로 생활을 지낸 임창용은 지난 2016시즌 KIA에 복귀한 뒤 3시즌 만에 이별을 맞이하게 됐다.
전격적인 일이지만 사실 시즌 중반부터 예고된 행보였다. KIA는 세대교체가 필요했고 임창용은 이어가길 원했다. 상반된 길을 걸었다. 양 측의 팽팽한 긴장감은 한때 소문에 소문을 낳기도 했다.

↑ KIA가 24일 베테랑투수 임창용(사진)을 방출했다. 사진=MK스포츠 DB

그러다 임창용이 시즌 중반 전격 선발투수로 변신하며 후반기까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가 이뤄졌다. 임창용은 선발로 전환, 몇 차례 조정기를 거쳤으나 결과적으로 선발투수로서 시즌을 마치는 데 성공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40km대 후반 강속구를 뿌리는 등 건재함을 과시하며 각종 기록도 세워냈다. 소화 이닝도 점차 늘리며 허전했던 KIA 선발마운드에 단비 역할도 해냈다. 이와 같은 선발전환은 임창용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 임창용은 지난 8월 3998일 만에 선발승을 따낸 뒤 “올 시즌 불펜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기회도 안 오고 성적을 낼 기회도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선발이 몸 관리하는 데도 편하다. 특별한 부담은 없고 편하다”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의외의 전개로 인해 의외의 결과가 생겨났으나 KIA와 임창용의 동행이 내년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웠다. 디펜딩챔피언이지만 올 시즌 5위에 머문 KIA. 단순 성적을 넘어 한때 8위까지 추락했을 정도로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었다. 연일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 시즌에 비교해 부족했던 준비 속 경기력 저하를 피하지 못했는데 지나치게 많은 베테랑 비중 역시 팀 약점으로 지적됐다. 전반적으로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진단 속 올 시즌 두산, SK, 한화, 넥센과 같은 알맞은 세대교체가 절실했고 이를 인식한 구단이 시즌 종료 후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이다.
냉정한 관점에서 KIA의 마운드는 안정적이지 않다. 양현종과 외인 투수, 임기영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한 카드가 적다. 불펜의 경우는 더하다. 라이징스타들이 희망을 안기지만 아직 그들이 꾸준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KIA의 선택은 다르지 않았다. 임창용과 같은 검증된 투수와 이별하는 과감한 변화로 확실한 세대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더 이상의 미래를 위한 육성 없이는 KIA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강팀’ 목표를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