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한 게 없어 할 말이 별로 없다던 서건창(29)은 28일 넥센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2-2의 5회말 2사 만루서 김혜성의 대타로 나간 서건창은 롯데 에이스 레일리를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균형이 깨졌으며 이후 넥센은 롯데의 실책까지 더해 대량 득점을 올렸다. 서건창은 6회초 송성문과 교체됐다. 기회는 한 타석이었지만 존재감은 대단했다.
결승타를 기록한 서건창이 물꼬를 틀었다. 이 덕분에 넥센은 롯데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그렇게 서건창은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장정석 감독도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 넥센 서건창(오른쪽)이 28일 KBO리그 고척 롯데전에서 5회 2사 만루서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홍원기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하지만 서건창이 이렇게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까지 참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시즌 첫 대구 원정길에서 두 번이나 오른 다리에 공을 맞았다. 부기가 심했다. 목발을 짚기도 했다. 그래도 한 달 안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서건창의 재활속도는 더뎠다. 단순 타박이 아니었다. 골절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8월 11일 고척 LG전을 통해 복귀했다. 서건창의 시즌 8번째 경기이자 넥센의 시즌 114번째 경기였다.
9월도 거의 끝날 무렵 만난 서건창은 “올 한 해가 정말 금방 지나간다. 시즌 시작할 때 (다쳐서)내려갔다가 다 끝나갈 때 돌아왔다. (정규시즌 일정의)70% 가까이 못 뛰었다”라며 “(부상 부위의)타박이 심하다 했는데 시간이 흐른 뒤 골절이 발견됐다. (부상 초기)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좀 더 빨리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어땠을까. 안타까움이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그라운드 복귀가 늦어지니 한, 두 달간은 답답했다. 서건창은 “처음엔 많이 답답했다. 빨리 복귀하려고 아픈 것도 참으려 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다. 내 의지와 별개로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란 걸 인지한 후 마음은 편히 먹었다. 물론 불안한 적도 있었다. 뼈에 이상이 없다는데 난 계속 아팠다. (나중에)골절 이야기를 들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뼈가 부러졌으니 아픈 게 당연했다. 그 후 기분 상 회복 속도도 더 빨라진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공백이 길어지면서 서건창은 팀에 미안한 마음이 점점 커졌다. 게다가 박병호, 김하성, 고종욱, 이정후, 로저스 등 주축 선수들이 연쇄적으로 다쳤다. 넥센은 부상 병동이었다.
서건창은 “(2군 훈련장 및 숙소가 있는)화성에서 다 만났다. 내가 터줏대감이었다. 집에서 (넥센의)경기를 다 봤는데, 동료들이 다치는 걸 보고 많이 안타깝고 걱정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참 아찔했다. 내가 다쳤을 때는 한 명이 빠져도 잘 메울 텐데 연쇄적으로 다쳐 불안감이 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큰 위기에도 팀이 4위에 올라있다. 대단한 거 아닌가”라며 힘주어 말했다.
서건창은 8월 11일 복귀 후 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5경기에 나가 타율 0.337 12타점 20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넥센도 서건장이 가세한 뒤 15승 11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승률 3위다.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렇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애초 개인 기록을 의식하거나 욕심을 낼 상황도 아니다. 그럴 마음도 없다.
서건창은 “(늦었지만)팀의 일원으로 함께 하는 게 중요했다. 나 없이도 잘해왔던 팀이다. 중요한 시기에 괜히 내가 돌아와 마이너스를 주면 안 된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부상 회복 후)많은 실전을 치른 것도 아니다. 팀은 검증된 카드를 쓰는 게 맞다. 경기에서 집중할 때 외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기록적인 부분도 큰 의미가 없다. 특별한 개인 욕심도 없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내가 느끼기에 아직 리듬이 안 맞는다. 그래도 지금은 거의 전력으로 뛸 수 있다. 러닝할 때 통증 여부를 떠나 (제대로 뛸 수 있을지)두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복귀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앞으로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잘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 서건창은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서건창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최종 순위가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긴장감을 가지며 정신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는 정규시즌 한 경기와 엄연히 다르다”라고 밝혔다.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 잔여 5경기를 다 뛴다 해도 서건창의 정규시즌 출전은 37경기다. 2012년 넥센 입단 후 최소 경기다.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네 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상을 밟지 못했다.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다섯 번째 도전은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서건창이다.
서건창은 “객관적인 전력을 떠나 분명한 것은 예전보다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결집하는 모습을 봤을 때, 단기전에서 더 큰 힘을 내지 않을까 기대감이 든다”라고 전했다.
서건창은 넥센 입단 후 짝수 해에 유난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2년, 2014년, 2016년에는 개인상을 놓치지 않았다. 올해는 경기수가 적어 그 꼬리표가 떨어진다.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를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이에 서건창은 웃으며 “그걸로 끝난 거다. 홀수 해다, 짝수 해다 말이 있었으나 끝나게 될 테니 낫지 않은가. 원래 신경 쓰지 않기도 했지만 (올해를 계기로 자연스레)웃어 넘길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큰 상’이 없지는 않다. 넥센을 처음으로 정상을 인도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 같은 타이틀도 있다. 가볍게 던지는 질문에 서건창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 및 MVP 수상 같은)즐거운 상상을 종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