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정우람(33)은 KBO리그 9시즌 연속 50경기 출전까지 ‘-1’이다. 19일 마산 NC전 등판 이후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하나 시즌 내 그가 마운드에 오를 확률은 99.9%다.
정우람은 “한 경기만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 딱히 의식하면서 기록을 세웠던 것은 아니다. 매년 내 야구를 하다 보니까 9시즌 연속 50경기를 앞두고 있다. 큰 의미를 부여할 뜻은 없다. 다만 여태까지 큰 부상 없이 왔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하다”라고 밝혔다.
정우람은 2004년 프로에 입문했다. 입단 첫 해 2경기를 뛴 걸 제외하고 그가 KBO리그에서 활동하던 시절 50경기 이하 출전한 것은 2007년 45경기뿐이다.
↑ 역투하는 한화 이글스의 투수 정우람. 사진=김영구 기자 |
올해 유난히 연속 기록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우람은 예외다. 그만큼 그는 꾸준함을 상징한다. 단순히 건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실력도 퇴보하지 않고 있다. 정상급 마무리 투수다. 22일 현재 33세이브로 이 부문 선두다. 불펜 평균자책점 1위(4.22)의 한화가 상당히 젊어졌지만 정우람은 그 안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우람은 “솔직히 그냥 지나간 것에 큰 의미 안 둔다. 앞으로 어떻게 팀에 보탬이 되고 잘 해야 할까, 그 생각을 많이 했다. 멀리 보기보다는 눈앞의 한 경기에 집중해서 그렇다. 야구를 한 날보다 해야 할 날이 적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앞으로 야구 할 날도 많이 남았다. 내가 가진 걸 더 발전해야 좋은 날이 지속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우람은 766경기로 현역 기준 최다 출전 1위다. 류택현의 901경기도 머지않았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정우람이 KBO리그 투수 부분 최다 출전 기록을 새로 쓸 확률이 매우 높다. 정우람은 “프로 입단했을 때만해도 그렇게 멀리까지 내다볼 위치가 아니었다. 한 경기씩 쌓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선발투수 정우람’이 기억나지 않는다. 팬만이 아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말한다. 프로 계약 후에도 ‘2군’에서 선발투수로 나간 적이 있지만 그 또한 잘 생각나지 않는 ‘옛 일’이다.
정우람은 766경기를 뛰었다. 모두 구원 등판이다. 적든 많든 보직 이동이 따르기 마련이나 정우람은 ‘구원 전문 투수’다. 그것도 A등급이다.
구원 투수는 선발 투수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다. 매일 등판 대기해야 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늘 놓을 수 없다. 시즌 종료 후 연봉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부분도 없지 않다. 구원 투수의 고충을 너도나도 이야기한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정우람도 이에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힘들고 고충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고 운을 뗀 뒤 “하지만 크게 주목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이다. 자기 역할에 충실히 하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배들이 너무 (부정적으로 불펜에 대해)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힘들고 빛도 덜 받지만 자기 생각하기 나름이다. 열심히 하면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즐기면서 이겨낸다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구원 투수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 정우람은 그 부분을 설명했다. 그는 “물론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그리고 선발두수의 완투 및 완봉은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야구팬도 이걸 선호한다. 그 점에서 구원 투수는 자기만족 같다. 매일 대기하나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고 다른 투수에게 부담을 덜 주고 공헌한다면, 그 마음만 갖고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낸다면 팬에게 인정받고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보직을 떠나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진다는 것은 다 똑같다. 보직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정우람은 100홀드 및 100세이브 기록 달성이 가장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기록보다 기량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기를 바랐다. 사진=천정환 기자 |
정우람도 내심 개인 타이틀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그가 바라보는 곳은 그 다음이다. 정우람은 “시즌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세이브 부문)선두인데 마지막가지 1위를 차지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라 (팀이)시즌 끝까지 좋게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정우람은 전반기 4승 27세이브 평균자책점 1.30으로 압도적인 기량을 펼쳤다. 뒷문이 흔들려도 정우람과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정우람의 호투에 힘입어 한화는 고공비행을 했다. 만년 하위권의 팀은 70승 고지를 밟더니 가을야구의 한을 풀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우람은 “공헌도를 따지면,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임팩트를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팀이 좋은 위치에 있다.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기 때문에 나 또한 (시즌 초반 세이브)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반드시 (팀 승리를)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라고 했다.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늘 가까이를 바라봤던 정우람이다. 구대성이 보유한 한화 시즌 최다 세이브(37) 경신 여부도 그에게는 큰 욕심이 없다.
정우람은 “기록을 깨려고 야구를 하지 않는다. 사실 경기 출전, 세이브 등 개인 기록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첫 번째는 오늘의 야구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나는 어떤 컨디션일지, 그런 생각만 한다. 이 때문에 지금의 기록이 따라왔다. 지금도 내 목표는 기록이 아니라 기량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정우람은 가을야구를 준비하는 한화의 큰 힘이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하다.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도 2.91이다.
정우람에게도 가을야구는 오랜만이다. 2015년(SK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 경험은 너무 짧았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으로 6년 전이다.
정우람은 “날씨가 쌀쌀해질 때 야구를 하지 않나. 나 또한 많이 긴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