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20일 잠실 두산-LG전, 3회말 이형종의 선제 2점 홈런이 터졌을 때, 환호하던 LG 팬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드디어 두산을 이길 수 있겠구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했을까. 아니면 혹시 모를 불안감에 들뜨지 않고 조심스레 지켜봤을까.
학습 효과는 무섭다. LG는 두산에 유난히 약했다. 지난해 9월 10일 잠실 경기부터 13연패 중이다. 올해 LG가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팀이 두산이다.
↑ LG가 두산을 이길 날은 언제일까. 벌써 일년도 더 지났다. 사진=김영구 기자 |
LG는 선제 득점이 마냥 반갑지 않았다. 올해 두산과 11차전까지 다섯 차례 선취점을 뽑았으나 리드를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결과는 늘 역전패였다.
이쯤이면 공식이 되는 것일까. LG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4회초 대량 실점을 했다. 초반부터 위태롭던 소사는 볼넷 2개로 위기를 자초하더니 오재원의 적시타와 류지혁의 희생타로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수비까지 삐걱거렸다. 2루수 정주현이 오재원을 정확히 태그하지 않으면서 이닝을 마치지 못했다. 그 후 허경민과 최주환의 연속 2루타로 2-4로 뒤집혔다.
LG의 수비는 깔끔하지 않았다. 매 이닝 주자가 나갔다. 3-4로 쫓던 5회초에는 소사가 피안타 4개로 2점을 더 내줬다. 추격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LG에게는 허탈한 실점이었다. 6회에는 박건우에게 2점 홈런까지 얻어맞았다.
두산의 소나기 강펀치에 LG의 가드는 소용이 없었다. 흐름은 두산에게 넘어갔다. 19일 잠실 롯데전에서 0-9 스코어를 11-11로 만들었던 저력은 보이지 않았다. LG의 공격 전개는 매끄럽지 않았다. 두 번의 도루 실패 아웃까지 겹쳤다.
LG의 잔칫상이 펼쳐진 경기였다. 이날 1만2019명의 관중이 집계돼 9시즌 연속 100만 관중을 기록했다. 특히, 통산 13번째 100만 관중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기록이다. 정작 환호성을 터뜨린 쪽은 1루 관중석이 아니라 3루 관중석이었다.
최종 스코어 3-9 패. LG는 두산의 벽을 또 넘지 못했다. 힘의 대결에서 완패였다. LG에게는 너무 강한 두산이었다. 넥센은 18일과 19일 7회 이후 9점을 뽑으며 두산을 괴롭혔지만 LG는 뒷심이 없었다. 무기력했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게 LG를 더욱 힘들
LG는 두산과 네 번의 대결이 남아있다. 16전 전패라는 최악의 수모를 겪을지 모른다는 ‘악몽’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가을야구 확률을 낮추고 있다. 4연패 늪에 빠진 LG는 63승 67패 1무를 기록했다. 승패 마진이 –4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