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성남) 황석조 기자] “우승보다는...팀워크, 선수가 먼저죠.”
17일 만난 김성용(48·야탑고) 감독은 이렇게 말했지만 막상 대표팀을 이끌고서는 승부에서 이기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고시엔 히어로가 있는 일본, 다크호스인 대만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18세 이하 청소년야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일본에서 막 내린 제12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출중한 기량을 선보이며 하나가 된 한국야구 유망주들은 최근 야구 국제대회로 실망감이 많던 국민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데 성공했다.
↑ 18세이하 청소년 야구대표팀 우승의 영광을 이끈 김성용(사진) 야탑고 감독. 사진=황석조 기자 |
대회 우승 효과는 매우 컸다. 자국 대회이기에 정상급 고교선수가 총출동해 우승을 노리던 일본은 결승에도 못 올라가며 자존심을 구겼다. 고시엔 영웅이라 불린 요시다 고세이(가나아시농고)는 한국전서 홈런포를 맞고 고개를 떨궜다.
해프닝도 있었다. 대만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흥겨움에 페트병 세레머니를 펼쳤는데 일본 언론이 이를 제대로 치우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은근 한국의 우승을 깎아내렸다. 우승하고도 다소 김이 빠진 상황이 조성됐는데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페트병을 도로 주워온 선수도 있고 나머지 일부를 한국 직원이 주웠던 게 사실이다. 물론 (선수들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어린 학생들이 실수 아닌 실수를 했는데, 개최국으로서 좀 너그럽게 이해해줬으면 싶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반대로 부족한 통역 인원 등 대회 기간 한국이 배려 받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고. 다만 김 감독은 승자의 품격을 보여줘야 했기에 “선수들을 교육시키겠다”고 밝히며 일을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역시 일본전을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정예 선수들이 포함된 고교야구 강국 일본. 더욱이 일본의 안방이기에 가득 찬 일본 관중 응원까지 이겨내야 했다. 여러모로 불리했던 상황. 그런데 김 감독은 “이상하게 진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선수들도 그랬다. 선수들이 대회 전 멘탈 관련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큰 경기에 떨리고 이런 부분이 덜 했다”고 승리의 원동력을 밝혔다. 이어 “일본 선수들은..한 눈에 봐도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더라. 보기에도 흔들림이 있었다”며 대조됐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는 한국의 승리 결과로 이어졌다.
↑ 김성용(사진) 감독은 우승보다 선수가 먼저라는 신념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김성용 감독 제공 |
김 감독은 이번 대회 우승에 성공했지만 선수들에게 우승을 강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강화도에 합숙할 때부터, (우리는) 우승도 좋지만 우승보다는 한 팀으로서 팀워크를 제대로 갖춰보자고 말했다. 우승보다는 선수가 먼저, 나아가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라며 선수들에게 “너희들은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이다. 충분히 잘 하는 선수들이다. 실수할 수 있지만 그럴 땐 서로를 격려해주자. 이기려고 하지 말고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고 거듭 주문했음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결승전 날 (한국에서) 2차 신인드래프트가 있었지만 선수들에게는 한 팀이라는 게 더 중요했다. 대회에만 집중하자 말했는데 정말 모두가 잘 따라왔다”고 결승전 당시 선수들의 특별했던 정신무장을 소개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야탑고가 봉황대기고교야구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단순 우승 때문이 아니라 그의 지도방식 때문이었다. 선수 혹사와 무리한 기용이 만연했던 고교야구 흐름에서 김 감독은 체계적 관리와 철저한 소통을 추구하며 한 길을 걸은 지도자도 소문이 난 상태. “우승보다 팀워크, 사람이 먼저”라는 신념이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닌 것이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미래에 주목하는 것이 김 감독 지도방식인데 마침내 작년 우승이라는 결실까지 맺게 되며 그 가치가 빛났다. 김 감독의 야탑고 사령탑 부임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이력까지 소개되며 더욱 조명을 받았다.
“작년 우승과 대표팀 우승...무엇이 더 감격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우승을 해서 기쁘긴 하다”고 소회를 밝힌 김 감독은 “20년간 감독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다보니 제 중심이 되는 게 아닌 선수들한테 맞춰주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다보니 혹사도 덜하고, (선수들) 기용도 골고루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고. “대표팀 선수들은 자원이 좋지 않나.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주니 그 효과가 더 크게 발휘됐다”고 덧붙였다.
박사 감독으로도 유명한 김 감독은 바쁜 일상에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공부는) 끝이 없다”고 웃은 그는 “안 하면 저도 나태해진다. 교수님들, 체육학 박사님들과 공동연구를 하려 노력 중이다”며 “결국은 선수와 커뮤니케이션이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심리 관련 연구를 더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 김성용(사진) 감독은 일본과의 경기를 이번 아시아대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사진=MK스포츠 DB |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 경험을 통해 절실한 부분도 많이 느꼈음을 털어놨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아마야구 부흥에 대해서도 적극 공감하며 “서로 화합하고 소통을 하는 그런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마야구 발전이 없으면 어떻게 프로가 있겠나. 일방통행이 아닌 서로 이야기를 듣고 개선할 부분 이를 이끌어주는 리더가 나오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 감독은 이어 “대표팀 감독을 해보니 아직 정확한 매뉴얼이 없어 아쉬웠다. 합숙, 훈련장 등 어떤 감독이 와도 과학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앞으로 훈련 뿐 아니라 멘탈, 휴식 등까지 체계적으로 챙길 수 있는 매뉴얼이 생겨야 한다”고 더욱 힘주어 말했다.
물론 어려움 속에서도 빛은 있었다고. 김 감독은 “주변의 도움이 컸다”며 쉽지 않은 여건 속 대표팀 우승을 물심양면 도운 남성건 대표팀 단장과 훈련장을 마련해준 SK 와이번스 구단 측 그리고 강화도의회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대표팀의 결실이 있었다며 줄곧 자신보다 상대에게 공을 돌렸다.
김성용 감독
1970년 1월 10일생
영희초-배재중-경기고-홍익대-단국대학교 체육학 이학박사
제일은행(실업)
홍익대 코치(1996)
야탑고 감독(1997~현재)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 코치(2013)
제12회 18세 이하 청소년야구대표팀 감독 및 우승(2018)
야탑고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2017)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일배 지도자상(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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