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박항서(59)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17일 국회를 찾는다. ‘정치적 야심’을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평소 중시하는 축구발전과 인간적인 의리 그리고 한국-베트남 양국 교류 활성화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김학용(자유한국당) 국회의원실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공동 17일 세미나에 박항서 감독이 강사로 나선다”라고 알렸다.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공동 세미나는 17일 ‘베트남을 열광시킨 포용의 리더, 박항서 감독을 만난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 박항서 감독이 2018아시안게임 준결승 실점 후 베트남 선수단을 독려하는 모습. 사진=천정환 기자 |
박항서 감독은 2018년에만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선수권 준우승 및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위라는 베트남 역대 최고 성적을 잇달아 거둬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베트남 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박항서 감독이다. 굳이 여론이 좋지 않은 김학용 의원과 엮일 필요가 없기에 행사 참석을 승낙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국회의원축구연맹과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은 김학용 의원이 회장으로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래혁신포럼은 2016년 김 의원이 결성한 싱크탱크다.
취재 결과 박항서 감독은 ‘국회의원축구연맹’ 행사임에 우선 주목했다. 김학용 의원이 회장이라고는 하나 구성원은 여야를 아우르는 초당적인 형태이므로 정치색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국회의원축구연맹’ 측에서도 “축구발전을 위한 정책수립에 도움이 되는 고견을 달라”라는 요청을 박항서 감독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베트남대사관의 ‘양국 우호 도모를 고려해달라’라는 부탁 역시 박항서 감독이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공동 세미나 참가를 결심한 큰 이유였다. 김학용 의원은 한국-베트남 의원친선협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1978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리스트 김강남(64)과의 개인적인 인연 또한 박항서 감독이 불필요한 시선을 감수하고도 국회를 찾게끔 했다.
MBC 및 tbs 축구 해설위원을 역임한 김강남은 박항서 감독의 경신고등학교 선배다. 수시로 직접 공을 차는 국회의원축구연맹 회원들을 지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김학용 국회의원축구연맹 회장은 7일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사는 것이 중요해 출산을 꺼리는 것 같다”라면서 “최근에는 아이 셋과 함께 다니는 걸 오히려 창피해한다더라. 부모 세대들은 육아가 쉬워 아이를 많이 낳았겠는가. 출산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다.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17일 공동 세미나의 진행자는 김학용 의원실 박종명 비서관이 맡는다. 김 의원은 박항서 감독의 강연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등 행사 주최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박항서 감독은 ‘가능하면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는 것
박항서 감독은 국회의원축구연맹의 진심을 믿었기에 그리고 주한베트남대사관 요청과 김강남 감독과의 의리 때문에 행사 참가 의사를 번복하지 않았다. 17일 세미나가 ‘정치인 스포츠 이용 사례’에 추가되질 않길 바란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