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치비농) 이상철 기자] 축구는 11대11의 팀과 팀의 대결이다. 특정 한 명 힘에 좌우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대결은 늘 숨 막히는 접전이었다.
홈 이점을 가졌던 4년 전 인천 대회 8강전서도 일본의 수비를 허무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후반 43분 페널티킥 득점에 힘입어 1-0으로 이길 수 있었다.
역대 아시안게임 한일전 중 5번이 1골차 싸움이었다. 71.4%의 높은 비율이다. 아시안게임 여덟 번째 대결도 다르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에 ‘전략적으로’ 대응했다. 라인을 내려 수비를 단단히 하는데 힘썼다.
↑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 한국-일본전. 사진(인도네시아)=천정환 기자 |
전반 28분 미요시 고지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의 파상 공세를 일본이 조직적인 밀집 수비로 막아내는 흐름이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주문한대로 일본 수비수는 끈질겼다. 그리고 영리하게 한국의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전반 6분 얻은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한국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반 23분 손흥민의 패스에 이은 황의조의 슈팅도 골키퍼에 막혔다. 전반 66% 점유율에 7개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네트를 흔들지 못했다.
더욱이 결승전, 마지막 승부였다. 한국뿐 아니라 상대도 모든 것을 쏟는다. 금메달을 손쉽게 따기 어렵다. 한국은 금메달을 획득했던 지난 네 번의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낙승’을 거둔 적이 없다.
28년 만에 우승한 2014년 인천 대회에서도 북한과 박 터지는 연장 승부를 벌인 끝에 연장 후반 16분 임창우의 결승골이 터졌다.
첫 아시안게임 결승 한일전은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더욱 치열해졌다. 한국처럼 우승이 목표인 일본은 물러서지 않았다.
일본도 후반 들어 발톱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의 실수를 놓치지 않으며 압박했다. 미요시를 축으로 펼쳐지는 일본의 반격은 날카로웠다. 가슴 철렁한 순간이 적지 않았다. U-21 대표팀이나 일본은 결승에 올라올 자격이 있었다. 강했다.
승패를 가리에 90분으로는 부족했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연장전을 가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득점이 종료 직전에 터지지 않았다는 것. 연장 전반 3분 조커 이승우의 왼발 슈팅이 굳게 잠겨있던 일본의 골문을 열었다. 파칸사리 스타디움에 자리한 교민의 함성이 터졌다.
↑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 한국-일본전. 사진(인도네시아)=천정환 기자 |
그리고 8분 만에 다시 한 번 박수소리가 커졌다. 이번에는 황희찬이 손흥민의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 넣었다. 그러면서 황희찬은 8년 전 일본의 자존심을 꺾은 박지성의 ‘사이타마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아시안게임 첫 결승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 축구를 이끌어가는 팀이다. 아시안게임이 U-23 대회지만 아시아 축구 최고 (수준의)경기라는 걸 느끼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모리야스 감독의 발언대로 명승부였다. 2골을 내줬지만 일본도 1골을 만회했다. 연장 후반 10분 세트피스서 우에다 아야세가 헤더 골을 넣었다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나 흥미진진했다. 모두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아시안게임 첫 결승 한일전은 최고 수준의 경기였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