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아시안게임이 될 날이 다가왔다. 김학범호가 숙적을 상대로 마지막 1승만 거둔다면.
주연, 조연, 배경, 줄거리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됐다. 한 편의 영화다. 김학범호의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은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했다. 4년 전에도 오른 결승 무대다. 그때는 무실점 전승 우승이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정이 다르다. 자처했던 가시밭길을 헤쳐 나갔다.
↑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 올라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사진(인도네시아 치비농)=천정환 기자 |
지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토너먼트에서 난적을 잇달아 만났다. 한국이 우승후보 0순위로 평가됐지만 부담스런 상대들이었다. 이란(16강), 우즈베키스탄(8강), 베트남(준결승)은 전력이 뒤처지지 않는 데다 이번 대회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펼쳤다.
불리한 여건도 많았다. 4년 전 같은 홈 이점은 없었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장소를 옮겨야 했다. 조별리그, 16강, 8강, 4강 경기를 치른 스타디움도 다 달랐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게다가 대회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으로 훈련장도 직접 찾아 나서야 했다.
김학범호는 이 모든 걸 다 이겨냈다. 난적을 하나둘씩 격파했다. 살인적인 일정도 소화해냈다. 탈진 상태에도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
반전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던 김학범호였다. 최종 명단을 발표할 때부터 인맥 축구 논란에 휩싸였다. 석현준이 아닌 황의조를 뽑은 데다 이강인, 백승호를 발탁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대회 개막 이후에도 시끄러웠다. 말레이시아전의 충격적인 패배에 황희찬의 악수 거부 돌출 행동으로 따가운 비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김학범호를 향한 목소리는 이제 온통 힘을 주는 ‘응원’이다.
제대로 몸이 풀리고 손발이 맞으면서 경기력도 향상됐다.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골도 펑펑 터져 시원시원하다. 매번 전력 누수가 발생했으나 주장 손흥민을 중심으로 ‘원팀’이 된 김학범호에게 큰 악재는 아니었다. 변화무쌍한 김 감독의 지략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4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손흥민이라는 특급 선수가 합류한 부분도 크다. 그 뜨거운 관심에 기름을 부었다. 공교롭게 한국이 E조 2위로 16강에 오른 것이 흥행몰이를 하게 됐다.
운명의 장난인지, 마지막 상대도 가위바위보마저 이겨야 한다는 일본이다. ‘파이널 보스’로 안성맞춤이다. 관심은 더욱 폭발적이다. 희소성도 있다. 일본과 아시안게임 결승은 사상 처음이다. 맨 마지막에 일본을 이겨야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그림은 마치 2
이렇게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극과 극의 행보를 벌였던 아시안게임은 없다. 한 번 실수를 했으나 두 번 실수를 하지 않았다. 태극전사는 화려한 피날레를 앞두고 있다. 9월 1일 일본만 이기면 ‘해피엔딩’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