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슬럼프에 빠질 뻔한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기를 살려주려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페널티킥을 양보하는 '통 큰 결단력'을 발휘했습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이 펼쳐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전후반 90분을 3대3 동점으로 마쳤습니다.
3대3의 팽팽한 균형은 결국 연장으로 이어졌고, 태극전사들은 연장후반 11분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귀중한 페널티킥을 유도하면서 승리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주심의 페널티킥 판정이 나고 주장 손흥민이 키커로 준비하려는 순간 황희찬이 손흥민에게 다가섰지만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연장후반 13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꽂아 팀의 4-3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사실 제가 페널티킥을 차려고 갔는데 황희찬이 차겠다고 제안을 했다"라며 "표정에서 자신감이 보였다. 제가 황희찬을 좋아한다. 최근 황희찬이 힘든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을 주려고 양보했다"고 말했습니다.
황희찬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경기 뒤 상대 선수와 인사 생략' 해프닝과 함께 주로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동작인 '레인보 플릭'(일명 사포)까지 펼치면서 국내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황희찬은 특히 조별리그 1차전 득점 이후로는 결정력이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조별리그 3차전부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황희찬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 교체로 출전했습니다. 왼쪽 측면을 흔들면서 동료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지만 별다른 상황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결국 연장 후반 11분 찾아온 페널티킥 기회에서 황희찬은 손흥민에게 양보를 요청했고, 손흥민은 '후배 기 살리기'를 위해 양보했습니다.
황희찬은 페널티킥 결승골을 꽂은 뒤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환호했습니다. 비록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긴장의 순간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습니다.
황희찬이 4강전에서 다시 옐로카드를 받더라도 결승전에는 누적되지 않아 출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손흥민은 "황희찬이 어떻게 찼는지는 못 봤다. 그래도 득점해서 기분이 좋다. 오늘도 황희찬이 교체로 들어와서 상대를 많이 흔들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끝까지 후배를 챙기는 주장의 우직함을 보여줬습니다.
손흥민은 어제 해트트릭을 터트린 황의조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손흥민은 황의조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 계속 득점하면서 리듬을 타고 있어서 내가 수비에 힘을 보태
손흥민은 4강전 준비에 대해 "휴식 시간이 하루밖에 없지만 모두 같은 조건이다. 잘 먹고 잘 쉬면 괜찮을 것이다. 휴식 시간이 짧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MBN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