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안준철 기자] 선동열호에 유격수가 사라졌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인도네시아와의 경기가 열리기 1시간 전인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한국의 스타팅 라인업을 본 취재진은 뜨악했다.
선발투수야 박종훈(SK) 정도로 예상이 됐지만, 유격수가 황재균(kt)이었다. 3루수인 그가 유격수로 출전한다하니, 3루수는 누가 나갈지도 자세히 들여다봤다. 3루수는 전날(26일) 대만전에서 2루수로 출전한 안치홍(KIA)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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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 훈련을 하는 황재균. 28일 현재로서는 남은 아시안게임에 황재균이 유격수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사진=김영구 기자 |
국제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은 프로야구와 달리 경기 전 그라운드 취재가 허용되지 않아. 상황을 자카르타에 온 한국야구위원회(KBO) 직원을 통해서 확인해야만 했다. KBO관계자는 “정우람(한화)과 함께 셋은 고열과 장염 증상으로 선수촌 의무실에서 수액을 맞았고, 라인업 제출 전 조직위에 사유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가정한 게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이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날 경기는 15-0, 5회 콜드게임 승리로 끝났다.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황재균은 연타석 홈런 등 5타점을 올리면서,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인도네시아전 이후다.
대표팀은 28일 홍콩과 예선라운드 B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29일 하루는 쉬고, 30일과 31일에 슈퍼라운드를 펼친다. 슈퍼라운드의 상대는 A조 1,2위 팀인데, 일본과 중국이 유력하다. 김하성과 오지환이 3일 이내에 컨디션을 회복해야 대표팀의 정상적인 라인업을 짤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전이 끝난 뒤 선동열 감독은 “슈퍼라운드에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39도의 고열에 시달렸기 때문에 열을 내리고도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하성과 오지환 둘 다 결장하는 시나리오는 애초 선동열호에는 있지도 않았다. 물론 둘 다 결장할 때는 그나마 유격수 경험이 있는 황재균이 이날처럼 나서야 한다. 선 감독도 “오늘(27일)과 같은 라인업으로 꾸릴 것이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황재균도 전문 3루수로 활약한지 이제 시간이 꽤 됐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황재균은 프로 초창기 대형 유격수 유망주였고, 롯데로 트레이드 될 때도 유격수로 뛴 적이 있다. 그러나 2011시즌 이후에는 3루수로만 나서고 있다. 물론 미국 진출을 하면서 2루수와 외야수 연습을 한 적도 있다. 황재균은 “한국에서도 장난삼아 2루나 유격수 자리에서 펑고를 받는다”며 유격수 수비에 크게 개의치 않아했다.
그래도 유격수를 본 지 시간이 꽤 지난 선수이고, 더 큰 문제는 3루수가 사리지는 문제가 또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날 대신 3루수로 이동한 안치홍도 데뷔 후 2루수로만 나왔던 선수다. 연쇄 이동으로 인해 내야가 혼란스러워지는 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대표팀에 유틸리티 내야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국제대회에서는 제한된 엔트리 때문에 멀티 내야수가 1명 정도는 무조건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은 유격수 2명(김하성, 오지환), 2루수 2명(안치홍, 박민우), 3루수 1명(황재균), 1루수 1명(뱍병호)이다. 이들은 각자 소속팀에서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지 않고, 한 포지션만 맡고 있다.
물론 데리고 온 유격수 둘이 모두 장염과 고열
두 명의 유격수가 모두 사라진 선동열호가 자충수에 빠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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