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4세트 여섯 발의 활을 쏜 후 점수는 55-55. 3세트까지 3-3이었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태극 궁사들은 슛오프를 준비했다. 그렇지만 대만의 첫 번째 화살이 9점이 아니라 10점으로 판정이 바뀌면서 55-56이 됐다. 한국의 패배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결승서 대만에 분패한 오진혁(37·현대제철), 김우진(26·청주시청),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맏형’ 오진혁이 두 동생을 위로했다. 그러나 “아쉬워도 열심히 했으니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했다”라던 이우석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분하고 아쉬웠다.
↑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명승부 끝에 은메달을 딴 오진혁, 김우진, 이우석(왼쪽부터).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이상철 기자 |
오진혁은 “준비했던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라며 “바람을 이유로 들 수도 있겠지만 다 핑계일 뿐이다. 우리가 그냥 부족했다. 상대가 더 좋은 경기를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한국은 김우진, 이우석, 오진혁 순으로 활을 쐈다. 세트마다 첫 번째 궁사로 나선 김우진은 자책했다. 1세트와 2세트에서 김우진의 첫 번째 화살은 각각 8점과 7점을 맞혔다.
김우진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위해 정말 많은 걸 준비했다. 그런데 내가 초반 좋지 못했다. 그것이 팀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미안하다”라고 전했다.
명승부였다. 대만이 1세트 마지막 3발을 모두 10점을 맞히면서 한국은 세트 포인트 0-2로 끌려갔다. 2세트에서도 김우진이 7점을 쏴 흔들렸으나 대만 또한 다섯 번째 화살이 7점을 기록했다.
2세트에서 세트 포인트 1점씩을 나눠가진 한국은 3세트에서 10점만 4발을 쏘며 대만을 압박했다. 대만은 5점을 쏘기까지 했다.
3세트를 58-51로 이기면서 세트 포인트 3-3 균형을 맞힌 한국은 4세트에서도 안정된 경기력을 펼쳤다. 대만의 여섯 번째 활이 9점 이하면 됐다. 그러나 10점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슛오프를 준비했지만 대만의 첫 번째 화살이 10점으로 바뀌면서 55-56으로 졌다.
마지막 판정에서 채점이 바뀐 부분에 대해 묻자, 오진혁은 결과적으로 실력으로 이기지 못했다고 했다.
오진혁은 “경기가 종료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 화살이 9점이기를 바랐다. 그것마저도 요행을 바란 것이다. 우리가 완벽하게 경기를 치렀다면 됐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앞서 벌어진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땄지만 여자 개인전 및 혼성전 금메달을 놓쳤다. 금메달 독식은 옛 이야기가 됐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딸 수 있다.
오진혁은 “오래 전부터 양궁이 세계 평준화가 됐다고 느꼈다. 한국 양궁이 항상 잘했기 때문에 금메달이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렇게 힘들게 경기를 치른다.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질타보다 격려가 필요하다. 더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