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안준철 기자] “참,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장군(26·벵갈 워리어스)에게 짓궂은 질문을 해봤다. 인도 프로 카바디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장군의 인기가 어느 정도냐고 직접 본인에게 물었다. 무뚝뚝한 부산 사나이인 이장군은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할 때도 있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을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인도사람들이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적극적이진 않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장군은 카바디 선수다. 카바디는 4년 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한 스포츠다. 카바디는 인도 전통놀이를 스포츠로 변형한 종목으로 7명씩으로 이뤄진 두 팀이 코트에서 공수를 주고받으며 겨룬다. 공격권을 가진 팀의 ’레이더’가 상대 코트에 들어가 수비수를 터치하고 돌아와 아웃시키거나, 수비수들이 레이더를 제압하면 점수를 낸다. 편의상 술래잡기나 오징어 놀이, 공 없는 피구와 비교되지만 민첩한 몸놀림과 지구력이 필요하고 상당히 격한 몸싸움이 수반된다. 이장군도 술래잡기나 오징어 놀이라는 시선에 대해 “다르다. 엄연한 스포츠다”라고 강조했다.
↑ 인도의 카바디 스타 쿤리 이장군. 이제 한국의 카바디 에이스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안준철 기자 |
카바디의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로 카바디라는 종목과 이장군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장군은 “지금은 주위 사람들이 카바디가 뭔지 다 알지만, 택시를 탔다가 기사님이 제 몸을 보고 무슨 운동 하느냐고 물으셔서 카바디라고 답하면 택시에서 내릴 때까지 설명해야 한다”며 “어떨 때는 그냥 레슬링 선수라고 하고 넘길 때도 있지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주고 포털에 검색해 보여주려고 한다”고 카바디 전도사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한국에서는 이제 이름을 알렸지만, 인도에서 이장군은 인기 스타다. 2014년 인도 프로리그에 진출해 현재 벵갈 워리어스에서 주축 공격수로 뛰고 있다. 그의 연봉은 인도 진출 당시 300만원이었는데 지난 시즌엔 1억1000만원으로 올랐다. 인도에서는 ‘쿤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있다. 이날도 이장군에 사인을 기다리는 인도팬들이 있었다.
인도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장군을 알아볼 정도다. 이장군의 고향인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 선수인 이대호나 손아섭과 같은 위치일 것 같았다. 그래서 물었다. 인도에서 손아섭과 같은 레벨이냐고. 이장군은 쑥스럽게 “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 이장군은 축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 환경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고, 체대(동의대)에 진학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세였던 카바디와 인연을 맺었다. 이장군은 “아버지가 신장이 좋지 않으셔서 투석도 받으시고 수술도 하셨다.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저한테 미안해하셨다. 카바디 코치님이 ’돈 안 드니까 하러 오라’고 하셔서 시작했는데 축구 뒷바라지를 못 해주셔서 마음 아파하셨던 부모님이 매우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장군의 부모님은 직접 경기장을 찾아 아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이장군은 “부모님께 (은메달이라)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고맙다고 안아주셨는데, 또 눈물이 났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렇다면 이장군은 카바디의 어떤 점에 빠졌을까. 이장군은 ‘협동’을 언급했다. 그는 “모든 팀원이 손을 잡고 하는 스포츠는 카바디밖에 없다. 팀워크나 협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장군은 한국에서 카바디의 인기가 더 높아져 실업팀이 생기고, 동료 선수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장군은 “한국에 실업팀이 생기면, 한국에서 뛸 생각이 있다. 좀 더
이제 이장군은 10월에 개막하는 인도리그를 준비한다. “한국에서 재활을 하면서 쉬다가 인도로 갈 생각이다. 다른 팀원들은 훈련을 시작했다”며 “다음 아시안게임에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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