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정정당당한 승부에서도 승자는 하나다. 패자는 다음을 기약한다. 그 고리는 끝이 없고, 복수의 드라마는 반복된다.
오는 27일 오후 6시(한국시간)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한국-우즈베키스탄전의 테마는 설욕이다. 이번에는 한국이 돌려줄 차례다.
지난 1월 23일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 이후 7개월 만에 맞대결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연장 끝에 한국을 4-1로 대파하더니 베트남의 ‘박항서 매직’마저 막으며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 16강에서 이란을 꺾은 한국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만난다.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사진(인도네시아 치카랑)=천정환 기자 |
이 패배로 한국의 김봉길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적인 승리였다.
우즈베키스탄이 공식 ‘축구’ 경기(풋살 제외)에서 한국을 꺾은 것은 2008 AFC U-19 챔피언십 준결승 이후 10년 만이었다.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한국을 이긴 것은 딱 3번이었다. 그 이전 승리가 한국에게는 허탈한 패배로 기억되는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준결승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서는 통쾌한 복수이기도 했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한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렀으나 0-0으로 비기며 또 탈락했다. 승리 시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었지만 한 골을 넣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한국 때문에 마지막 벽을 못 넘었다. 그 울분을 ‘후배’들이 풀어준 셈이다.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의 주역은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7개월 전 한국전 베스트11의 9명이 23일 16강 홍콩전에 선발 출전했다. 스트라이커 우린보에프는 4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으며, 윙어 함다모프는 도움 2개를 올렸다. 한국전 결승골의 가니에프가 부상으로 낙마했을 뿐이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월드컵 예선 탈락 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U-23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도 A매치 경험을 쌓았다.
우즈베키스탄은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만에 정상 탈환을 꿈꾼다. 한국을 이겼던 세 번의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 헹가래를 했다. 2008 AFC U-19 챔피언십 결승에서는 아랍에미리트에 패했으나 준우승도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을 잡는다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에게 ‘좋은’ 징조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에서 설욕을 꿈꾸는 팀은 한국이다. 김학범 감독의 표현대로 빚을 갚을 차례다.
16강 이란전과 비슷하다. 너무 일찍 만났으나 나쁠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위기의식이 생길수록 팀은 더욱 단단해지는 법이다. 선수들도 눈빛부터 달라졌다. 승리 시 얻는 것도 많다.
김 감독은 “경기를 치를 때마다 5%씩 늘리겠다고 했다. (100%가 될)결승전이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으나 지금 경기력으로도 충분히 되갚을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에 1-4로 질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배들의 자존심을 살짝 긁어줬다”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 16강에서 이란을 꺾은 한국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사진)과 만난다.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사진(인도네시아 치카랑)=천정환 기자 |
한국이 설욕에 실패한 적은 없었다.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준결승 패배 후 가진 첫 A매치(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에서 종료 직전 터진 이상윤의 결승골로 우즈베키스탄을 2-1로 꺾었다.
U-20 대표팀도 ‘선배’의 눈물을 닦아줬다. 2012 AFC U-19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3-1로 우즈베키스탄을 꺾었다. 한국은 그 대회에서 통산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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