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치카랑) 이상철 기자]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에게는 값진 승리였다. 우승으로 가는 길의 첫 번째 고비를 넘겼으며 10년간 따라다닌 ‘이란 징크스’를 털어냈다.
손흥민에게는 반드시 깨고 싶은 이란전 징크스가 있다. 태극마크를 단 이후 이란과 공식 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2008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결승 패배 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악연이다. A매치도 다섯 차례나 뛰었으나 1무 4패에 그쳤다. 아예 이란전 득점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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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이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사진(인도네시아 치카랑)=천정환 기자 |
이 때문에 이란 언론은 아시안게임 16강을 앞두고 손흥민의 ‘과거’를 들춰 비꼬면서 “이번에도 이란을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란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그는 어엿한 ‘리더’가 됐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더욱 강하다.
23일 이란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16강,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분주하게 누볐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야 예전과 같겠지만 그의 움직임은 예전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전반 12분 한국의 첫 번째 위협적인 공격도 손흥민의 오른발에서 터졌다.
손흥민은 이란의 경계대상 1호다. 승점 3이 필요했던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손흥민은 원더골을 넣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혼자서 해결하고자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되는 수비를 역이용했다. 황의조, 이승우, 황인범 등 동료들과 유기적인 호흡으로 이란의 수비를 파훼했다.
이란의 거친 플레이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이란 수비수가 전반 31분 황인범을 도발해 신경전을 벌이자, 빠르게 달려가 맞섰다. 그는 흥분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후배들을 이끌며 차분하게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전반 40분과 후반 10분 잇달아 골이 터졌다. 손흥민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않았으나 날카로워진 공격의 윤활유였다.
손흥민은 많이 뛰었다. 공격 지역에만 마물지 않았다. 수비 지역까지 내려갔다. 후반 40분에는 왼 다리 근육 경련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손흥민의 활동량을 엿볼 수 있다. 후반 45분에는 장거리 슈팅 후 오른 다리가 말썽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그라운드 위에 있었다.
그렇게 후배들과 함께 뛰며 이란전 첫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시안게임 8강 진출의 기쁨도
한편, 한국의 8강 상대는 7개월 전 2018 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서 1-4 패배를 안겼던 우즈베키스탄이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과 A매치에 여섯 차례 출전해 두 골을 넣었다. 2015 AFC 아시안컵 8강(2-0)에서 준결승으로 이끈 두 골이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