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7일 고척 KIA전은 이승호(19·넥센)가 그토록 기다렸던 경기다. 수없이 상상했던 그는 그 이상으로 호투하며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넥센은 1-1의 5회초 2사 1,3루서 투수를 교체했다. 선발투수 한현희는 여러 차례 위기를 막았으나 115개의 공을 던졌다. 넥센도 번번이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터라 흐름을 내줘서는 안 됐다. 넥센의 두 번째 투수는 ‘KIA 출신’ 이승호였다.
이승호는 2017년 신인 2차 1라운드 4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으나 지난해 7월 31일 2대2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긴 재활로 1,2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KIA는 첫 프로팀이었다.
↑ 넥센 이승호는 7일 트레이드 후 KIA를 처음 상대했다. 그리고 프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사진(고척)=이상철 기자 |
6월 3일 잠실 LG전을 통해 1군 데뷔한 이승호는 18번째 경기에서 KIA를 상대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KIA전이었다.
이승호는 “사실 (너무 짧게 지내서)친정이라고 표현하기 그렇지만, KIA를 상대하는 날을 기다렸다. 어떻게 던져야 할까, 수없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던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승호가 상대한 첫 번째 타자는 최원준이었다. 이승호보다 1년 먼저 KIA에 입단한 선배였다. 함께 재활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승호가 가장 잘 어울렸던 KIA 선수를 상대하는 기분은 어땠을까. 게다가 최원준은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쳤다.
이승호는 “마음처럼 KIA를 상대하는 걸 의식할 수 없었다. 위기 상황이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코치님도 ‘네 공만 던져’라며 격려해주셨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승호는 스트라이크 두 개를 던진 후 최원준을 2루수 땅볼로 아웃시켰다. 위기 탈출이었다.
6회초에도 등판한 이승호는 공 8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깔끔한 투구였다. 이승호는 “11개 공만 던진 줄 몰랐다. 투구를 다 마친 뒤에야 알았다”라며 “100%의 힘을 쓴 것은 아니다. (힘을 빼되)최대한 컨트롤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넥센은 1-1의 6회말 김하성의 2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7회말과 8회말에도 득점하며 9-1 대승을 거뒀다. 이승호는 이날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그는 김하성의 홈런 터진 순간, 승리를 직감했다.
이승호는 “불펜 및 야수 선배들을 믿었다. 그래서 김하성 선배가 홈런을 쳤을 때, 두 점차라도 분명히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늘 첫 승은 내가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동료들이 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첫 승을 KIA를 상대로 거둬 색다른 기분이다”라며 웃었다.
이승호는 6월 3일 1군 엔트리 등록 후 넥센 불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1군에 남아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던 이승호는 두 달이 넘도록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승호는 “(한 자리를 꿰찼는지는)아직 잘 모르겠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1군에 데뷔해 많은 걸 배우고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긴장은 덜 되는 것 같다”라던 이승
“마운드에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긴장된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이승호는 활짝 웃고 있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