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팀의 작전상 ‘포지션 변경’을 단행하는 경우가 있다. 팀을 위한 코칭스태프의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최근 한화 이글스는 베테랑 타자의 포지션을 바꿨다. 2루수인 정근우에게 외야수로서의 깜짝 도전을 제안했다. 여기에 1루수로도 기용하고 있다.
지난 19일 수원 kt위즈전에서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정근우(36)는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부터 1루수로 경기에 나섰다.
프로에 데뷔한 지 14년 동안 한 번도 1루수 미트를 껴본 적이 없다는 정근우다. 2006년, 2009년, 2013년 KBO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을 만큼 정근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다.
↑ 한화 이글스 2루수 정근우가 외야수 도전에 이어 1루수로 출전 중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정근우의 포지션을 변경한 배경에 대해 “정근우가 맡았던 2루수 자리에 강경학이 잘 해주고 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정은원이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의 활약에 베테랑 타자의 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한화는 정근우의 활용법에 대해 고민하던 도중 외야수로 전향할 것은 제안했다가 1루수를 맡아볼 것을 제안했다. 한 감독은 “정근우에게 ‘1루를 맡는 게 어렵겠냐’고 물었는데 ‘한 번 해 보죠’ 하고 말했다. 근우의 키가 작아도 다들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처음으로 1루수로 나섰던 정근우. 경기 초반 실책성 플레이가 있었지만 이내 적응한 듯 호수비를 척척 해냈다. 사진=천정환 기자 |
물론 어려움은 있다. 정근우는 “부담스럽지는 않다. 팀이 원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고 말하면서도 “외야로 출전했을 때는 낯설었는데 1루수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2루수와 위치가 달라 어색하지만 그에 대비해 미리미리 계산해서 경기에 임했다”고 전했다.
외야수 글러브는 직접 구매했다는 정근우는 “1루수 출전할 때(27일)는 구단에 있는 1루수 미트가 있어서 그걸로 출전했는데 이제 하나 사야할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 두산 베어스의 포수지만,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 하는 탓에 박세혁은 외야수로서 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포지션 변경은 박세혁을 기용하기 위한 일종의 묘안인 셈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정근우의 경우와는 다르게 두산은 박세혁을 외야수로 전향시킬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나 박세혁이 외야수로 출전하면 팀 전략을 다양하게 세울 수 있어 용이해 고려 중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포지션 변경에 대해 “전력 구성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야수들이 몸 컨디션이 안 좋거나, 혹은 특정 투수에게 강해서 내보내고 싶을 때 그렇게 기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이번 시즌 전, 스프링캠프와 청백전에서 박세혁을 우익수로 가끔 훈련시킨 바 있다. 또 5월 1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외야수 조수행을 2루수 대수비로 내보내기도 했다. 실력 있는 야수들을 이용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기 위함이다.
이어 김 감독은 “물론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님에도 경기를 소화해줘야 하니 선수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쉬운 일은 아니다”고
선수들은 포지션 변경을 마다하지 않는다. 팀 역시 고민 끝에 제안하는 일이기에 "팀을 위해 뛰겠다"는 열의를 갖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선수에게는 경기에 한 번이라도 더 출전할 수 있는 기회다. 팀 승리를 위해, 좀 더 나아지기 위한 방안이다. yijung@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