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임찬규(25)는 이번 시즌 LG의 4선발로 시작해 꽤나 빠르게 승수를 쌓았다. 팀 타선이 강해진 측면이 있지만 임찬규의 구위도 일정한 발전을 이룬 게 컸다. 풀타임 선발로 경험이 늘어나다보니 마운드 위 자신과의 싸움, 타자와의 싸움이 효과적으로 이뤄졌다. 여유가 생겼고 기술이 늘었다. 무엇보다 아직 젊은 만큼 패기와 자신감까지 더해졌다. 팬들 역시 발전한 임찬규에 대해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임찬규에 대한 평가가 돌연 애매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였다. 국가대표 발탁이 시작점이었다. 임찬규는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에 선발됐는데 그의 성인대표팀 발탁은 데뷔 후 최초. 모두의 예상을 깬 발탁이었다. 경쟁자가 많았기에 임찬규가 우완 선발투수 요원으로 승선할 것이라 쉽게 예상되지 않았다. 평균자책점도 높은 편인데다 냉정하게 안정감까지 갖춰졌다 평가 받지 못했기 때문. 다만, 당시까지 승수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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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찬규(사진)가 부진탈출에 성공한 뒤 앞으로 일정에 강한 패기를 드러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후 우천순연 등, 의도치 않은 휴식을 보낸 임찬규는 불펜 등판도 한 번 선보인 뒤 지난 4일 NC전에 다시 등판했다. 결과는 7이닝 3실점. 초반 불안해보였으나 버텨냈고 급기야 자신의 올 시즌 최다이닝 소화라는 최상의 결과로 마감했다. 임찬규가 7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14개월 만. 팀 연패도 끊어내는 등 결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해낸 피칭을 펼치는데 성공했다.
경기 후 임찬규는 평소처럼 쾌활한 표정으로 “(우천취소 등으로) 꿀휴식을 취했다”면서도 “두 번이나 부진하니 (스스로도) 조금 아니다 싶었다. 더 집중하고 나왔다”고 이전보다 더 신경을 썼음을 강조했다. “생각해보니 (올 시즌) 7이닝도 없고, 무실점 경기도 없었더라. 오늘 한 가지(7이닝)해서 다행이다. 팀 승리 기여할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예민한 대표팀 발탁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시점이 워낙 미묘해 스스로에게도 부담이 됐을 터다. 그런데 임찬규의 대답이 의외였다. 그는 취재진이 자카르타를 언급하자마자 “부숴버려야죠, 열심히 던져야죠”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임찬규는 “아직 어린만큼 더 패기 있게 던지겠다”며 “(폭염이 예상되지만) 여름을 위해 시즌 전부터 운동 많이 했다. 많이 먹고 많이 자고 했다”며 거듭 불타를 투지를 드러냈다.
임찬규 스스로도 일부 제기되는 아쉬운 의견을 모를 수 없을 터다. 그럼에도 그는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패기와 자신감을 강조했다. 각종 위기를 겪었고 8월 본 대회에서의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부숴버리겠다”는 강한 표현이 이를 대변했다.
이날 경기장을 떠나는 임찬규는 선발등판한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명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중간 중간 팬들이 늘어났지만 싫은 표정 한 번 짓지 않고
자신감만 가지고 할 수 없는 게 국가대표다. 아무리 팬서비스가 좋아도 실력이 우선된다. 그럼에도 자신의 안팎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는 것, 그 자체가 국가대표의 길임을 임찬규도 아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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