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이상철 기자] B조의 이란에 이어 H조의 일본도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승을 거뒀다.
4년 전과 다른 행보다. 이란은 이번에도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골 가뭄을 씻었다. 일본 역시 선제골을 터뜨린 뒤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결승골은 실점이 아닌 득점이었다.
아시아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까지 성적은 2승 1무 2패다. C조의 호주도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에 분패했다. 아시아축구의 위상이 달라졌다. 4년 전 조별리그 12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아시아다. 1차전 성적표는 2무 2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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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오는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 사진(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옥영화 기자 |
격세지감이다. 대회 개막 전만 해도 각 조 최하위로 평가 받던 아시아의 다섯 팀이었다. 이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단두대 매치’에서 웃었으며, 일본은 세계랭킹 16위를 꺾었다. 일본의 세계랭킹은 61위로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30번째다.
득점 과정에서 운이 따른 것은 사실이나 그저 운이 좋아서 이긴 것은 아니다. 이란과 일본은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자가 됐다. 오랫동안 준비한 전략도 훌륭했다.
이란과 일본은 기세를 몰아 16강 진출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이제 한 판 밖에 치르지 않았으며 두 판이 남았지만 그만큼 자신감이 넘치고 사기가 충만하다. 첫 경기의 승리는 그만큼 중요하다.
호주 또한 프랑스를 상대한 경기력을 유지할 경우, 토너먼트 진출도 바라볼 여지가 있다. 덴마크, 페루도 호주에게 해볼 만한 상대일 터다.
지금껏 월드컵에서 아시아가 세 팀이나 16강에 오른 적은 없다. 2002년과 2010년, 두 차례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했던 게 최다 기록이다.
어쩌면 아시아축구가 ‘다 같이’ 최고의 하모니를 이룰지 모를 러시아월드컵이다. 부러운가. 그리고 창피한가. ‘뒤처진’ 한국이 그 대열에 낄 수 있을까.
F조의 한국은 A조의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호주와 같은 1패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유효슈팅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래도 슈팅 6개를 시도했으며 점유율도 60%로 우위였다. 그나마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나은 점은 5골이나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금껏 열 차례 참가한 월드컵에서 다른 아시아 나라가 더 좋은 성적을 거뒀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94년 미국 대회에서 16강에 올랐으며, 이란은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기록한 아시아 국가였다.
그렇지만 한국은 그 두 대회에서 절망 속에서도 선전을 펼쳤다. 투혼을 발휘했다. 스페인과 독일을 괴롭혔으며 벨기에를 탈락시켰다. 승점 자판기가 아니었다. 고춧가루를 뿌릴 줄 알았다. ‘만만치 않다’라는 인상을 심었다.
20년 만에 월드컵 첫 경기를 패한 지금은 다르다. 모든 걸 다 쏟았으나 승리하지 못했다. 제 옷이 아니었지만 제 실력을 다 펼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박수소리는 작았다.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졸전이라며 비아냥댔고 누군가는 특정 선수의 문제로 몰아갔다.
“망신을 샀다”는 말까지 나왔다. 기대를 했기 때문에 실망도 했을 터다. 하지만 월드컵은 이번에도 무서운 무대다. 세계축구와 간극은 여전히 멀다. 어쩌면 4년 전보다 더 벌어졌을지 모른다. 그리고 또 다시 실패를 경험할지 모른다. 손흥민은 “더 심한 창피를 당할 수 있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그렇지만 러시아에서 보낼 270분의 시간 중 90분만 지나갔다. 180분의 시간이 남아있다. 태극전사는 하나같이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손흥민도 “당연히 힘들겠지만 기죽지 않았으면
한국은 오는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2차전을 갖는다. 이 운명의 한 판으로 부러움을 사게 만들 수도 있으며, 창피함도 없앨 수 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