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984일은 긴 시간이다. 그 오랜 기다림 끝에 ‘승리투수’가 됐다. 이번이 두 번째 경험이다. 감격스러울 터다. 그렇지만 김민우(한화)는 “부끄럽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민우는 17일 대전 kt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6이닝 동안 6피안타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데뷔 첫 승을 거둔 2015년 9월 6일 대전 두산전 이후 984일 만에 5이닝 소화, 퀄리티스타트, 그리고 승리였다.
김민우는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죄송한 마음이 더 컸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승리다. 그러나 마냥 기쁘지 않다. 지금껏 잘한 경기보다 못한 경기가 더 많았다. 이 한 경기로 좋아할 수 없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한화 김민우는 984일 만에 개인 통산 2번째 승리를 거뒀다. 사진(대전)=이상철 기자 |
김민우는 2015년 신인 2차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기대주다. 첫 시즌부터 36경기(70이닝)에 뛰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어깨가 좋지 않아 재활로 2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해도 선발투수 후보로 낙점을 받았으나 이날 경기 전까지 호투와 거리가 멀었다. 평균자책점이 12.91(이날 경기 후 8.56으로 하락)이었다.
984일 후 많은 게 달라졌다. 투구 폼을 바꿨고 신인 꼬리표도 뗐다. 등번호도 53번으로 바꿨다.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등번호 교체 후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김민우는 “(최)재훈이형하고 빠른 승부를 키워드로 삼았다. 이전 경기까지 승부를 길게 끌고 가면서 제구가 흔들렸다. 오늘은 재훈이형도 많이 움직이지 않아 전반적으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민우는 1회 로하스에게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홈런을 얻어맞았다. 실투였다. 그는 이후 체인지업을 2개(5·6회 1개씩)만 더 던졌다.
김민우는 “재훈이형과 오늘 통하는 구종 위주로 승부를 하고자 이야기했다. 그래서 속구(60개), 슬라이더(24개) 위주로 던졌다. 6회 이진영 선배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폭투를 했다. 내가 잘못 던진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 김민우의 제구도 훌륭했다. 4사구는 6회 황재균에게 내준
김민우는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피하지 않고 맞붙겠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