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8일 고척 한화전은 김혜성(19·넥센)의 시즌 32번째 경기였다. 4시간18분 동안 진행되는 피 말리는 접전 속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8번 2루수로 뛰었다.
김혜성은 프로 데뷔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6경기에 출전했다. 벌써 출전경기가 2배다. 1년 전 이맘때 그는 2군에 있었다. 프로 데뷔전도 무덥던 6월 말(2017년 6월 28일 마산 NC전)이었다.
입단 후 2,3년간 1군 진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지금은 넥센의 주전 2루수다. 김지수와 번갈아 기용됐으나 이제는 선발 명단에 김혜성이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입단 동기인 이정후는 “(김)혜성이와 이렇게 빨리 1군 경기에서 같이 선발로 뛰게 돼 신기하고 재미있다”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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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김혜성은 8일 현재 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7 1홈런 4도루 10타점 15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서건창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장정석 넥센 감독은 “패기가 넘치는 데다 수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혜성이가 폭이 넓고 어깨가 좋다”라고 말했다.
빠른 발도 김혜성의 장점이다. 김혜성은 도루 4개를 성공했다. 더블 스틸을 시도해 아웃된 게 유일한 실패다. 넥센은 22도루로 8위다. 김혜성은 팀 내 공동 2위에 올라있다.
김혜성은 아마추어 시절에도 도루에 재능이 있었다. 동산고 3학년 시절 공식 경기에서 도루 19개(전체 2위)를 기록했다. 1위와는 3개차였다.
그렇지만 김혜성은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다. 그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현재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라고 밝혔다.
8일 현재 타율 0.247 20안타 10타점. 프로 데뷔전을 치렀던 마산구장(3일 NC전)에서 첫 홈런을 치기도 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손맛이었다. 중학교 진학 후 그는 홈런을 친 기억이 없다.
1년 전(타율 0.188)과 비교해 월등히 나은 성적이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그는 “요즘 타격 스트레스가 심하다”라고 고백했다.
고교 졸업반이었던 2년 전 김혜성은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다. 타격에 자질을 갖추고 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김혜성의 룸메이트는 박병호였다. 보통 룸메이트는 선수끼리 정하는데, 장 감독은 박병호에게 따로 김혜성과 한 방을 쓸 것을 권고했다. 후배를 위해 여러 조언을 해주라는 뜻이었다. 김혜성은 박병호와 지내면서 멘탈에 관한 많은 걸 배웠다.
김혜성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강병식 타격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타격 기술에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강 코치는 이에 대해 “중심 이동을 앞뒤에서 위아래로 바꿨다. (코치가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선수 스스로 깨닫고 변화해야 한다. 그 점에서 혜성이는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이해도 빨라 많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코치는 “체구(프로필 179cm 78kg)가 작지만 힘이 좋다”라며 향후 거포 내야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성은 지난해 안타 3개 중 2개가 2루타였다. 올해도 2루타 4개와 홈런 1개를 때렸다. 1년 사이 몸도 단단해졌다.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내 자리가 아니다.” 넥센의 주전 2루수는 주장 서건창이다. 부상으로 4월 3일 엔트리 말소됐다. 복귀까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김혜성이다. 그렇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는 2년차 선수다.
김혜성은 “사실 난 백업 내야수다. 1군 엔트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최근 기회까지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건창이형의 빈자리는 여전히 크다. 내가 메울 수 있는 부분은 정말 일부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혜성의 수비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초고교급’으로 정평이 났다. 그는 최대 장점을 살리지 위해 홍원기 수비코치의 지도 아래 포구, 송구 등 기본기에 충실히 했다. 하지만 김혜성은 쟁쟁한 선수들과 비교해 한참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혜성은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실책 제로’였다. 그러나 4월 24일 잠실 LG전에서 3회 송구 실책을 기록했다. 32경기에서 딱 하나다. 그럼에도 김혜성은 “프로의 무대는 다르다. 벽이 확실히 높다.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다”라고 했다.
외부 평가와는 다르다. 김하성은 “리그 모든 내야수와 비교해도 수비가 정말 뛰어나다. 팀 내에서도 넘버원이다”라고 호평했다.
김혜성은 누구보다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는 “난 예전부터 나를 잘 믿지 않는다. 원래 성격이다”라고 말했다. 절친한 이정후는 이에 대해 “혜성이는 정말 착하고 성실한 친구다. 수비를 정말 잘하지 않는가. 대단하다”라며 “그런데 (어려서부터)자신을 매우 엄격하게 대한다”라고 귀띔했다.
현재 넥센에서 김혜성의 존재감은 크다. 김혜성이 있기에 내야수 로테이션도 가능하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김혜성은 욕심도 많다. 서건창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그 언제까지
김혜성은 “(건창이형이 돌아오면)다시 백업 내야수가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팀에 최대한 보탬이 되고 싶다. 정말 더 잘하고 싶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