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8일 한화의 짜릿한 역전극은 김태균(36)이라는 디딤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화는 9회 무사 1루서 정은원의 데뷔 첫 홈런에 힘입어 8-9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이용규의 사구와 양성우의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흐름이 한화로 완전히 기우는가 싶었다. 그러나 한화는 송광민과 호잉이 잇달아 헛스윙 삼진 아웃됐다. 찬물을 뒤집어쓰는가 싶었다. 이날 마지막 타자가 될 수 있었던 김태균도 2S로 불리한 불카운트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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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균은 8일 고척 한화-넥센전 9회초 2사 1,3루서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조상우는 송광민, 호잉에게 결정구로 150km대 속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김태균에게도 ‘같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김태균은 조상우의 빠른 공을 정확히 배트에 맞혔다. 타구는 외야로 날아갔다. 우익수 앞 안타. 3루 주자 이용규가 홈을 밟았다. 9-9 동점. 절체절명의 순간, 김태균의 스윙은 불씨를 되살렸다.
김태균은 “2사 상황이었다. 무조건 안타가 필요했다. 조상우의 공이 워낙 좋다. 어떻게든 (작은 스윙이라도)콘택트에 집중했다. 운 좋게 실투였다”라고 밝혔다.
한화가 중심타선의 침묵으로 무사 1,3루 기회를 끝내 살리지 못했다면, 여파가 적지 않았을 터다. 앞의 타자가 한 명, 또 한 명이 삼진 아웃돼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지켜보던 김태균의 심정도 편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칫 패배 시 송광민과 호잉이 짊어질 짐을 덜고 싶었다. 김태균은 “내 스스로 부담을 갖지는 않았다. 다만 송광민과 호잉이 지금껏 잘해줬는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경우 그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내가 해결한다면 두 선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김태균은 4월 19일 잠실 두산전을 통해 복귀했다. 오른 사구 손목 통증으로 2주 넘게 전열에서 이탈했다. 공교롭게 김태균이 돌아온 뒤 한화는 연패의 늪에 빠졌다. 복귀 후 5번째 경기에서야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했다.
점차 기록도 좋아지고 있다. 김태균은 복귀 후 4월 26일 광주 KIA전까지 6경기 타율 0.174에 그쳤다. 그러나 4월 27일 사직 롯데전 이후 9경기에서 타율 0.389를 기록했다. 멀티히트가 6번이었다. 0.255까지 내려갔던 시즌 타율도 0.31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김태균은 아직 부족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엔트리 말소 후 배팅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솔직히 (사구 이전)내 스윙이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조금씩 잡아가고 있으나 지금도 완벽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김태균의 동점 적시타에 힘입어 한화는 시즌 19승째(16패)를 거뒀다. 4위 KIA와는 2경기차다. 승패 마진이 ‘플러스’인 팀은 두산(+14), SK(+10), 한화(+3) 등 3개 팀 밖에 없다. 20승까지는 1승만 남겨뒀다.
한화는 달라졌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8일 경기도 한화의 끈기와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김태균은 “선수들이 좀 더 많이
이어 현 위치에 들뜨지 않았다. 아직 109경기가 남아있다. 김태균은 “3위에 올라있지만 시즌 초반이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끝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