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AT&T파크를 찾은 관중들은 에반 롱고리아가 베이스를 돌 때 열광했다. "빗 엘에이(Beat LA)!"를 외치며 팀의 승리를 응원했다. 자이언츠 구단이 '빗 엘에이' 문구를 새긴 주황색 털모자를 기념품으로 배포한 이날, AT&T파크 관중석은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류현진은 28일(한국시간) AT&T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어렵게 시작했다. 2회초 에반 롱고리아, 브랜든 크로포드에게 연달아 홈런을 맞으며 2점을 헌납했다. 관중석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그는 AT&T파크 등판에서 선제 실점을 허용한 뒤 그대로 분위기에 휩쓸려 무너진 경험이 있다. 이날 경기도 그렇게 흘러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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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직한 패스트볼은 류현진을 버티게 해줬다. 사진(美 샌프란시스코)=ⓒAFPBBNews = News1 |
타석에서 직접 2타점 적시타를 친 이후에도 그는 안정된 모습이었다. 내셔널리그 경기에서는 투수가 결정적인 순간 타석에서 타점을 내면, 이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4회 상대 중심 타선과의 두번째 승부에서도 11구만에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그의 모습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게임데이'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은 총 89개의 투구 수 중 투심과 포심 패스트볼 36개, 커터 16개, 체인지업 17개, 커브 16개, 슬라이더 4개를 던졌다. 모두 볼이 된 슬라이더를 제외하면 네 가지 구종이 모두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그중에서도 중심은 패스트볼이었다. 최고 구속 92.5마일이 찍힌 그의 패스트볼은 묵직했다. 아드리안 존슨 주심의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꽂히며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을 압도했다. 36개중에 볼은 10개에 불과했다.
이날 류현진은 패스트볼로 6개의 범타를 유도했고, 5개의 헛스윙을 잡았다. 범타 중에는 잘맞은 타구도 있었다. 그러나 외야가 넓은 AT&T파크의 덕을 봤다. 모두 담장 앞에서 잡히며 아웃 카운트를 채웠다.
패스트볼로 맞은 2개 안타 중 하나는 고키스 에르난데스의 번트 안타, 그리고 또 하나는 버스터 포지의 땅볼 안타였다
결국은 기본이 중요했다. 패스트볼이 제대로 들어갔기에 커터와 체인지업도 통할 수 있었다. 원정경기에서 먼저 실점을 허용하고도 그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greatm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