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기분이 묘하다.”
2년 전과 비교해 삼성 선수단의 얼굴이 많이 바뀌었으나 낯익은 얼굴이 꽤 있었다. 삼성의 김한수 감독, 김태한 수석코치는 2년 전만 해도 류중일 LG 감독을 보좌했다. 그리고 삼성을 상징하는 색깔은 변하지 않았다. 류 감독이 2년 전까지 입었던 유니폼이었다.
27일 잠실 삼성-LG전은 ‘류중일 더비’로 불렸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LG 지휘봉을 잡은 류 감독이 처음으로 삼성을 ‘적’으로 상대하는 날이었다. 류 감독은 선수, 코치, 감독까지 30년간 삼성에 몸을 담았다. 애정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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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중일 LG 감독(왼쪽)이 27일 잠실 삼성-LG전에 앞서 김한수 삼성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삼성을 이겨야 하는 ‘적장’으로 해후했으니 마음이 착잡했을지 모른다. 더욱이 삼성은 올해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반면, LG는 승승장구하며 3위에 올라있다. LG는 삼성보다 6번을 더 이겼고 6번을 덜 졌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달콤한 우승을 네 차례 맛 본 류 감독도 2년 전 그 냉혹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LG나 삼성이나 갈 길이 바빴다. 제자는 스승을 이겨야 했으며, 스승 또한 친정을 잡아야 했었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삼성이었다. 1회초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0의 균형을 깼다. 류 감독 시절에도 리드오프를 맡았던 박해민이 홈을 밟았다.
하지만 류 감독의 ‘새 아이들’이 더욱 힘을 냈다. 2회말 김현수의 홈런으로 포문을 열더니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었다.
상당히 고전하던 아델만은 3회에도 흔들렸다. 3회까지 6점을 뽑은 LG, 승부의 추는 일찍 기울었다.
삼성의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LG 마운드가 단단했다. 삼성은 득점권에 주자가 여러 차례 나갔으나 7회 밀어내기 볼넷 외
투-타 조화를 이루며 신바람 연승을 달리는 LG다. 6회에도 2사 후 박용택, 김현수, 채은성의 연속 안타로 멀찍이 달아났다.
LG의 9-2 완승. 류 감독은 삼성에 3연패의 슬픔을 안기면서 7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