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괜찮다. 과거의 일이다. 내게는 미래가 있다.”
20일 대전에서 만난 넥센 투수 최원태의 표정은 밝았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틀 전 아웃카운트 5개를 남겨두고 KBO리그 1호 퍼펙트 게임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8일 고척 NC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최원태와 배터리를 호흡을 맞췄던 포수 박동원은 달랐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퍼펙트 게임을 한 투수에게 포수가 ‘좋은 선물’을 해줬다는 표현을 하더라. (최)원태에게 좋은 선물을 하지 못했다. 훗날 돌이켜봤을 때 너무 많이 아까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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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펙트 게임에 도전했던 박동원(왼쪽)과 최원태(오른쪽). 사진=김영구 기자 |
최원태는 8회 1사까지 단 1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던 비결로 박동원의 리드를 꼽았다. 최원태는 19일 “고개를 한 번도 안 저었다. 동원이형의 리드대로 던졌더니 (타자들이)치지 못하더라. 동원이형에게 가장 고맙다”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박동원에게 전하자, 박동원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좋은 투수 없이 좋은 리드는 없다. 리드가 좋아도 투수가 못 던지면 의미가 없다. 내 리드가 좋은 게 아니라 원태가 워낙 잘 던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동원은 6회 즈음 퍼펙트 행진 중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이래 누구도 이루지 못한 퍼펙트 게임이다. 박동원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동원은 “퍼펙트 게임은 누구나 꿈꾸지만 정말 힘든 기록이다. 그래도 원태의 공이 워낙 좋아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록을 너무 의식하면 안 되더라. 그래서 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했다. 타자 1명마다 이전 타석에서 아웃시켰던 걸 떠올리며 사인했다”라고 전했다.
최원태의 퍼펙트 행진은 최준석에 의해 깨졌다. 8회 1사, 최준석은 볼카운트 2B 1S서 최원태의 투심을 때려 2루타를 날렸다. 타구는 우익수 이정후의 글러브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이정후는 아쉬움에 글러브를 땅에 던졌다.
그러나 누구보다 자책한 것은 박동원이었다. 그는 “그날 가장 고민이 많았던 사인이 그 공이었다. 투심을 연속으로 던져 다음에 무엇을 던질까 고심했다. 체인지업과 투심을 두고 고민하다 투심 사인을 했는데 장타를 맞았다. 허탈했다”라고 말했다.
퍼펙트 게임 도전은 좌절됐으나 최원태의 호투는 빛났다. 최원태는 9회까지 홀로 마운드를 지켰다. 9이닝 2피안타 8탈삼진 1실점.
최원태의 인생투였다. 그러나 박동원은 최원태가 더 나은 투구
박동원은 “원태는 120% 역할을 다했다. 원태도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 지난해 10승 투수(11승)가 됐으나 올해는 더 편하게 던지더라. 부담감이나 긴장감을 갖지 않는다. 슈퍼스타의 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라고 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