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6일 한화 외야수 이용규(33)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용규는 지난 13일 대전 삼성전 7회말에 삼진을 당한 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욕설이 있었고 황인태 구심은 이를 확인한 뒤 퇴장을 명령했다. 엄중 경고는 퇴장에 따른 후속조치다.
올시즌 초반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해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된다. 13일 경기에서 삼성 이원석도 볼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 7회 이닝 교체 시간에 연습 투구 도중 날아오는 공에 몸을 피해 심판을 다칠 뻔한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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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시즌 초반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해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된다. 사진=김영구 기자 |
KBO 상벌위원회는 “고의성 여부를 확신할 증거가 없다”며 비교적 가벼운 벌금 300만원과 봉사활동 80시간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도 양의지가 앞 타석에서 볼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스트라이크와 볼에 대한 판정은 어필 대상이 아니다. 가벼운 의사 표시는 용인되지만, 원칙적으로 퇴장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잦은 불만 표시에서 보듯 판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선수협회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해 오심 논란이 잦은 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심판의 능력은 부차적인 이유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부터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2014년부터 유례없는 타고투저 현상을 겪고 있다. 2013년 4.32던 리그 평균자책점은 이듬해 5.21로 급등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2015년엔 4.87로 조금 낮아졌다. 하지만 이 기록도 당시로는 역대 3위였다. 2016년엔 다시 5점대(5.17)로 높아졌다.
타고투저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장 감독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마침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부진과 겹쳐 KBO는 이해부터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식적으로는 ‘규칙대로’다. 야구규칙에 정의된 스트라이크존을 바꿀 수는 없었다. 대신 심판들에게는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적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야구공작소 회원 박기태씨는 2016년과 2017년의 KBO리그 스트라이크존 넓이를 계산했다. 포구 및 타격 구역을 가로세로 1인치 박스로 나눈 뒤 스트라이크 판정 75% 이상인 구역을 스트라이크존으로 정의했다. 연구에 따르면 2016년 스트라이크존 넓이는 366제곱인치였다. 그리고 2017년엔 440인치로 무려 22.2% 넓어졌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타고투저 현상이 ‘약간’ 완화됐다.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점은 4.97로 역대 네 번째로 높았지만 2016년보다는 0.20 낮아졌다. 올 시즌은 18일 현재 4.58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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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이후 타석당 볼넷 및 삼진 비율. |
바로 그 일이 일어났다. 2017년 타석당 볼넷 비율은 전해 9.3%에서 8.0%로 1.3%포인트나 감소했다. 올해는 17일 현재 8.5%다.
삼진은 2016년 16.9%에서 지난해 17.6%로 0.7%포인트 상승했다. 올해는 20.0%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높은 비율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5년의 18.6%였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당연히 볼은 줄어들고 스트라이크를 많아진다. 이러 일은 세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 타자다. 이런 상황에서 ‘명백한 오심’으로 판단되는 판정이 나온다면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구단들은 “심판마다 존의 차이가 있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일관성을 지켜달라”고 늘 주장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1년 사이에 기존에 알고 있던 존을 확대했다면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지금의 타고투저 현상을 스트라이크존 확대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존의 크기보다는 타구의 질이 달라진 이유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현장 야구인들과 여러 언론이 모두 동의했던 부분이다.
지금의 판정 불만은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따른 일종의 기회비용이다. 야구에는 공짜가 없다. 선수 전체로 보면 제로섬 게임이다. 타자가 불이익을 얻는 만큼이
하지만 세상 일이 대체로 그렇듯, 전체의 이익보다는 나의 불리함을 우선 따지는 것도 매우 당연하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