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지더라도 선발 투수의 몫을 해야한다."
류현진이 지난 1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원정경기를 마친 뒤 한 말이다. "진다고 생각하면 안되지만"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승리투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그가 말한 ’선발 투수의 몫’이라는 것은 이닝 소화를 말한다. 그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안정 궤도에 오른 류현진의 다음 목표는 꾸준한 이닝 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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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궤도에 오른 류현진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양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복귀 시즌이었던 2017시즌에는 126 2/3이닝을 소화했다. 6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는 전체 25경기 중 8경기에 불과했다. 5이닝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16경기밖에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매 경기 한 이닝씩만 더 던졌어도 목표는 채웠을 것"이라며 이닝 소화가 부족했던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시즌 첫 3경기에서 15 2/3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 첫 3경기 소화 이닝(15 1/3이닝)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내용은 천지차이다. 지난 시즌 첫 3경기 평균자책점 5.87 피안타율 0.306 피OPS 1.013을 기록했다면 이번 시즌은 평균자책점 2.87 피안타율 0.164 피OPS 0.604를 기록하고 있다. 첫 등판의 여파로 볼넷은 6개로 조금 많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 한 개만 허용했다.
이렇게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간다면,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류현진도 "지금까지는 순리대로 잘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투구 수 관리도 필요하지만, 신경써야 할 것이 또 하나 더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선발 투수가 어느 정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만 상대 중심 타선과 세번째 대결을 허락한다. 투구 수보다는 상대 라인업과의 매치업을 중시한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경기 당일 특정 선수에게 맞거나 그런 것이 있다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선발 투수는 100개 전후로 던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정도 준비는 계속해서 해야할 것이다. 상대 타선과 세차례는 붙을 수 있게 준
선발 투수는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던지는 것도 중요하다. 복귀 후 두번째 시즌을 맞은 류현진은 이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이후 FA 자격을 획득한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