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5일(한국시간) 시티필드에서 뉴욕 메츠에 2-4로 패했다. 시즌 전적은 1승 4패가 됐다. 게이브 캐플러(43) 필라델피아 감독에겐 비난을 받을 이유 하나가 추가됐다.
이 경기 결승점은 6회말 메츠 공격에서 나왔다. 5회까지 필라델피아 선발 투수 애런 놀라는 4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 수는 87개. 더 던질 수 있었지만 캐플러 감독은 투수 교체를 선택했다.
구원 투수 드류 허친슨은 볼넷 두 개로 2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뒤 메츠 9번 타자 아메드 로사리오에게 결승 2타점 3루타를 맞았다. 플라이 아웃이 될 수 있었던 타구였지만 필라델피아 우익수 닉 윌리엄스가 정상 수비 위치보다 15m 가량 전진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게이브 캐플러 감독. 사진=ⓒAFPBBNews = News1 |
이른 선발 투수 교체와 구원 투수의 난조, 외야 전진 수비 실패. 감독이 비난을 받기에 딱 좋은 경기였다.
투수 교체 실패는 야구 경기에서 매우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캐플러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이날 경기 전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다. 놀라는 3월 30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였다. 그런데 5-0으로 앞선 1사 1루에서 교체됐다. 투구 수는 겨우 68개였다. 이 경기에서 필라델피아는 5-8 역전패를 당했다.
캐플러 감독은 2일 애틀랜타전에선 구원 투수를 워밍업 없이 등판시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여기에 시즌 첫 세 경기에서 투수 21명을 투입했고, 외야수 페드로 플로리몬을 마운드에 올리기도 했다.
지금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이는 선수가 아닌 캐플러 감독이다. 필리스 팬들은 전통적으로 극성스럽기로 유명하다. 팬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캐플러 감독을 야유하는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12시즌을 외야수로 뛴 캐플러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해 10월 30일 필라델피아의 감독으로 임명됐다. 공식 기자회견은 이틀 뒤 열렸다. 이 자리에서 지역 방송 WTXF TV의 아나운서인 하워드 에스킨은 캐플러 감독을 힐난하는 질문을 던졌다. 에스킨은 30년 넘게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필라델피아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유명 방송인이다.
웨이트트레이닝에 심취한 캐플러 감독은 오랫동안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누군가가 메이저리그 감독 같은 화제를 모으는 자리에 임명되면 그의 블로그나 SNS를 뒤지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2014년 캐플러 감독이 코코넛 오일에 대해 쓴 포스팅을 ‘발굴’했다. 코코넛 오일의 다양한 효능을 찬미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이 포스팅에는 남성의 자위행위에도 좋다는 뉘앙스의 문장이 들어 있었다.
에스킨은 기자회견에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겠다”고 운을 뗀 뒤 코코넛 오일에 대한 글이 부끄럽지 않냐고 캐플러 감독과 매트 클렌택 단장을 비난했다.
개별적으로는 별 것 아닌 일들이 어떤 맥락 아래 배치되면 생각하지 못했던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 캐플러 감독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렇다.
캐플러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