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수원은 벌써 고비를 맞이했다. 공식 2연패. 결과 못지않게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허점이 보였다. 더욱이 홈에서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서정원 감독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라고 자평했다.
수원은 겨우내 변화의 폭이 적지 않다. 조직력을 다듬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통과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때문에 조별리그는 4월 17일 끝난다. 빠른 시일 내 제 궤도에 올라가야 한다.
그 가운데 홈에서 갖는 상하이전이었다.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최소 H조 2위에 오르려면, 상하이를 꺾어야 한다. 이후 상하이, 가시마 앤틀러스를 상대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부담이 커진다.
↑ 수원 삼성은 상하이 선화전에서 페널티킥 판정 하나 때문에 승리를 놓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서 감독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상하이도 부상자가 많은 데다 문제점이 많이 발견됐다.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슈퍼리그 상대 홈 무패 기록이 있다. 수원은 슈퍼리그 팀을 홈으로 불러들여 5승 3무로 무패를 자랑했다. 두 차례 상하이와 홈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했다. 상하이도 K리그 팀을 만나면 1승 5패로 작아졌다.
1일 K리그1 전남전과 다르게 스리백 카드를 꺼낸 수원은 점유율을 높이며 상하이를 압박했다. 데얀, 염기훈, 임상협이 전방에 섰으며, 윙백 크리스토밤은 윙어처럼 적극적으로 올라섰다. 그렇지만 상하이의 수비는 꿈쩍도 안 했다.
답답한 흐름은 전반 28분 데얀의 프리킥 슈팅 이후 바뀌었다. 수원의 슈팅 시도가 늘어났다. 데얀, 염기훈이 잇달아 상하이의 골문을 두들겼다. 전반 38분에는 염기훈의 중거리 슈팅이 예리했다.
뭔가 될 것 같던 흐름이었다. 한 방만 더해지면 될 듯 했다. 그 한 방이 터졌다. 후반 2분 이기제의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이 상하이의 골문을 열었다. 선방을 펼치던 상하이의 골키퍼도 손 쓸 수 없던 슈팅이었다.
수원에게 유리한 흐름이었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가 싶었다. 수원이 이날 상하이전서 승리할 경우, 일주일 뒤 리턴매치서 무승부로 승점 5의 간극만 유지해도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 이기제의 골에도 수원 삼성은 웃지 못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하지만 후반 중반 이후 꼬였다. 후반 23분 골키퍼 노동건의 선방으로 큰 위기를 넘겼으나 엉뚱한 곳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 스리랑카 출신 주심은 에디가 크리스토밤과 부딪혀 넘어졌다고 판정했으나 크리스토밤은 두 손을 들고 기다렸다. ‘오심’이었다. 후반 31분 모레노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수원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는 판정이었다. 수원은 바그닝요, 김건희를 조커로 투입하며 공격의 활기를 띄우고자 했다. 그러나 승점 1도 나쁘지 않은 상하이는 서두를 게 없었다. 골키퍼는 경기 지연으로 경고까지 받았다.
수원은 슈퍼리그 팀 상대 홈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분위기가 가라앉은 수원의 반전 드라마는 완성되지 못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으로 가는 길도 험난해졌다. 판정 하나가 운명을 뒤바꿨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