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색깔은 뚜렷했다. 뚫겠다는 수원과 막겠다는 전남이었다. 역사가 두 팀의 전략을 잘 말해준다. 수원은 전남과 K리그 홈 9경기 연속 무패(6승 3무)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5월 7일, 전남에 1-2로 패한 게 마지막 쓰라린 기억이다. 7년 전의 일이다.
수원은 우승을 목표로 뛰는 팀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시즌 예상 순위로 2위라고 했다. 우승을 다툴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평인 셈이다.
수원은 전남전부터 공격적인 색깔을 꺼냈다. 서 감독은 “많이 바뀐 전남은 베일에 가려있다. 그래서 첫 경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그렇지만 홈 개막전인 만큼 (수원 팬에)더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남전 골 잔치를 잇겠다는 의지다.
↑ 완델손(왼쪽)과 염기훈(오른쪽).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전남은 지난해 10위로 K리그1에 잔류했다. 그러나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간 11위 상주와 승점이 같았다. 수비도 헐거웠다. 69실점으로 골문이 가장 많이 열렸다. 그 중 10골(3경기)을 수원에게 허용했다. 수원만 만나면 작아진 전남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했다. 유상철 전남 감독은 “수원은 강하다. 경기를 치를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통해 빈틈도 드러났다. 팀과 팀의 대결이라면 밀리지 않는다.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축구를 펼칠 것이다. 수비 불안 문제도 개선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두 감독의 공언대로 경기가 전개됐다. 수원은 두들겼고 전남은 버텨냈다. 데얀, 바그닝요, 염기훈, 윤용호는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다. 전반 9분에는 데얀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전남은 1년 전과 사뭇 달랐다. 끈끈했다. 간헐적인 반격도 수원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수원 수비는 전반 3분 완델손을 놓쳤다.
거센 바람에 차갑던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는 후반 들어 달궈졌다. 경기를 주도한 것은 원정팀이었다. 전남의 반격이 예리해졌다.
↑ 유상철 전남 감독(왼쪽)과 서정원 수원 감독(오른쪽).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전남은 후반 13분 빠른 역습으로 골키퍼와 1대1 기회까지 만들었다. 골키퍼 노동건의 선방으로 수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반 21분 박준태의 슈팅은 골문 앞의 수비수가 온몸으로 막았다.
전남의 파상공세는 수원의 골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후반 22분 완델손의 프리킥이 이기제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비기’가 있다던 유 감독이 두 팔을 들어 활짝 웃었다.
갈 길이 급해진 수원은 임상협, 김종우를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다. 길목마다 전남이 가로챘다.
다급하던 수원을 구한 것은 염기훈과 이기제였다. 후반 39분 염기훈의 패스를 받은 이기제가 강한 슈팅으로 전남의 골문을 열었다. 염기훈은 K리그
수원의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끝내 웃은 팀은 전남이었다. 후반 45분 완델손의 코너킥을 최재현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수원 원정 징크스를 깨는 동시에 유 감독에게 안긴 첫 승이었다. 전남의 2-1 승리.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