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김재호 특파원] 이제 더이상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수비 시프트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넘기지 않는다. 그들도 이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냈다.
이른바 '플라이볼 혁명'이 그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수비 시프트를 깨기 위해 수비 시프트로도 캐치가 불가능한 뜬공 타구를 생산하는 타격 매커니즘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이 폭증한 것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그럴싸한) 이론이기도 하다.
텍사스 레인저스 지명타자 추신수는 이번 스프링캠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추신수는 지난 오프시즌 기간 '재야의 고수'로 알려딘 덕 래타 코치를 직접 찾아가 특별 훈련을 한 뒤 이번 스프링캠프 새로운 타격폼을 실험하고 있다.
↑ 추신수는 더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메이저리그에서 10년간 뛰었던 그가 갑자기 스윙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도 "실행에 옮기기까지 3년이 걸렸다. 많이 망설였다. 용기를 내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년간 잘해온 스윙을 갑자기 바꾼다'며 그의 선택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왜 이제야 그런 결심을 했냐'는 질문을 던져본다.
'팬그래프스'에 따르면, 추신수는 이전부터 땅볼 타구의 비율이 높았던 타자다. 통산 47.5%의 땅볼 비율을 기록중인 그는 2014년에는 전체 타구의 50%가 땅볼 타구였고, 2015년에는 50.9%, 2016년에는 46.9%, 2017년에도 48.8%를 기록했다. 물론 그는 이 기간 20.2%에서 25% 사이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을 기록하며 꾸준히 좋은 타구를 생산해냈다. 그러나 땅볼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수비 시프트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3년간 고민했다는 그가 조금 더 이 이론에 빨리 눈을 떴다면, 그의 최근 성적은 더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흐름에 눈을 뜬 타자는 또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크리스 데이비스가 그 주인공. 2016시즌을 앞두고 7년간 1억 6100만 달러에 오리올스와 계약을 연장한 그는 지난 시즌 타율 0.215 OPS 0.732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그는 지난 1월 '105.7 더 팬'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팀 선수들에게 시프트로 무엇을 노리는지를 물어봤을 때, 거의 대부분 같은 말을 했다. 그들은 '결과가 어떻게 됐든 우리는 네가 땅볼 네 개를 치기를 바란다. 내야안타로만 4타수 4안타가 나와도 괜찮다. 4타수 1안타인데 그 1안타가 3점 홈런인 것보다 더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고 답했다"며 수비 시프트를 깨는 방법은 수비가 잡을 수 없는 드라이브 타구를 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가야하는지만 찾으면 된다. 이번 캠프는 추신수에게 그 방법을 찾는 여정이 될 것이다. 26일(한국시간) 첫 시범경기에서 그는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섰지만, 바꾼 타격폼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며 허둥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타이밍 잡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보고 치는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가장 좋은 것은 실전을 통한 연습인데, 이는 한계가 있다. 여건이 안된다. 스프링캠프 경기장은 배팅 케이지 등 다른 시설이 경기장 바깥에 있는 경우가 많아 지명타자로 나서는 그가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쉽지않다. 타격 기회도 매 경기 많아야 4회 정도밖에 찾아오지 않는다. 여기에 초청 선수나 다른 유망주들에게도 출전 기회가 필요하다.
그는 "마이너리그 경기를 많이 갈 것"이라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때는 주경기장에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열린다면, 보조구장에서는 마이너리그 시범경기가 열린다. 마이너리그 시범경기는 정식 경기가 아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시즌을 준비하는 기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선발 투수의 경우 3아웃과 상관없이 일정 투구 수가 되면 강제로 이닝을 종료시키는 방식으로 이닝 소화를 시키기도 한다. 추신수와 같이 많은 타석이 필요한 선수는 매 이닝마다 타석에 들어서기도 한다.
그는 새로운 타격폼에 대한 감을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순간에 그런 느낌이 오면 금방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패션이나 유행어를 사용할 때도 그런데 야구는 오죽하겠는가. 도도한 '플라이볼 혁명'의 물결에 뛰어든 추신수가 어떤 생존 능력을 보여줄지 지켜 볼 일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