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하는 스케이터' 서이라(26·화성시청)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거듭된 아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서이라는 어지간한 빙상 팬이 아니라면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을 법한 선수는 아닙니다.
2011년부터 국가대표팀을 들락날락해 온 '베테랑'이지만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적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서이라는 2011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입니다.
하지만 성인무대에 올라온 이후 국제무대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습니다.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인 2014-2015시즌부터 붙박이 국가대표로 자리를 잡은 서이라는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4년간 국제대회를 누비며 꾸준히 기량을 키워나갔습니다.
그 결과는 지난해 3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우승이라는 성적으로 돌아왔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것은 2013년 신다운(서울시청) 이후 4년 만이었습니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국내 선발전 없이 평창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냈지만, 첫 올림픽 무대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지난 10일 열린 1,500m에 출전한 서이라는 준결승에서 세묜 옐리스트라토프(러시아 출신), 샤를 아믈랭(캐나다) 등 강자와 맞붙어 3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불과 0.002초 차이의 패배였기에 아픔이 더 컸습니다.
이날 열린 남자 1,000m에서도 서이라는 임효준(한국체대), 황대헌(부흥고) 등 한국 동료들과 같은 조에 편성돼 준준결승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서로 다짐한 '선의의 경쟁'을 벌인 서이라는 결승에서도 아쉬운 상황을 겪어야 했습니다.
임효준가 함께 나선 결승에서 막판 스퍼트에 나서기도 전에 다른 선수가 넘어지는 여파로 함께 미끄러진 것입니다.
비록 동메달을 따내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경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이라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이라는 미소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초연한 태도로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부진의 아픔이 많았던 서이라는 랩을 통해 위안을 얻곤 했습니다.
지난해 7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서이라는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야유회'를 상당한 솜씨로 불러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진한 성적 때문에 야유를 듣곤 했던 서이라는 "더 크게 야유해, 야유해주면 땡큐고
당시 서이라는 "올림픽이 끝나면 자작 랩을 들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성숙한 모습으로 따낸 동메달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서이라가 평창올림픽 이후 들려줄 랩에는 역경과 도전, 성공의 '스웨그'(과시·허세 등을 뜻하는 힙합 용어)가 생생히 담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