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평창) 강대호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 올림픽위원회 수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대회 기간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자원봉사자 및 계약직 운영인력 익명 커뮤니티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15일 이기흥 회장 이하 대한체육회의 문제가 될만한 발언과 행동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예약석에 한동안 무단으로 앉았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국제올림픽위원회 직원과 함께 만류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체육회장 갑질 파문’을 접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부는 “논란이 된 IOC 지정석은 ‘올림픽 패밀리’ 좌석을 말하는 것 같다”라면서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 패밀리’ 일원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IOC 회원국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형태로 가입되어 있다. 대한체육회는 한국의 올림픽위원회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왜 ‘갑질 논란’이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해명할 수 있는 것만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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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한체육회 갑질 논란’에 휘말린 이기흥 회장이 ‘국가대표 훈련개시식 및 체육인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여 “신뢰받는 국가대표팀을 만들겠다”라고 다짐하는 모습. 사진=김재현 기자 |
■스포츠정신(페어플레이) 위배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는 스포츠정신의 결정체를 표방한다. 개최국 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이기흥 회장이 IOC 예약석에 현장 관계자의 만류에도 굳이 일정 시간 앉아 있었다는 것부터가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다는 자원봉사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예약석 주변 자리도 텅텅 비어있었다”라면서 “자리를 뺏겠다는 것도 아니고 몇 칸 옆으로만 이동하면 되는데 상황을 설명할 때마다 돌아온 것은 ‘알겠다고!’라는 고함과 자신이 누구인지를 설명하며 ‘그만 좀 비키라고 해라’라는 핀잔뿐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IOC 전용 의자에 앉아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와야 비키겠다”라고 말했음이 전해진다. 정황상 바흐 위원장을 만나고자 예약된 좌석에서 기다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는 ‘주변 자리도 상당수가 비어있었다’라고 증언했다. 대한체육회장이 ‘올림픽 패밀리’라고 해서 남의 자리에 먼저 앉을 권한까지 허락받은 것은 아니다.
■머리를 쓰라? 융통성 결여는 오히려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패밀리 구역 내부 이기흥 회장이 앉은 자리에 주인이 있다는 표기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수행원이 자원봉사자한테 “머리를 쓰라”라고 꾸중한 이유라고 밝히면서 한 얘기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설령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착석한 의자에 사전예약 안내문이 붙어 있지 않았더라고 현장 운영인력이 IOC 직원과 함께 직접 말로 수차례 설명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에 대한 해명은 없다.
자원봉사자와 국제올림픽위원회 직원이 ‘머리를 쓰지 못한 것’을 한탄하기에 앞서 이기흥 회장 이하 대한체육회 구성원들이 ‘왜 그때 이미 주인이 있다는 그 자리를 고집했을까’라는 후회와 반성을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예약석 주변 자리도 텅텅 비어있는’ 상황에서 말리는 사람까지 있는데도 원칙적으로 앉아선 안 되는 자리를 지키고자 갑질 파문을 자초했다. 누가 ‘머리를 쓰지 못했는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IOC 위원을 희망하는 분이…
대한민국 IOC 위원은 현재 유승민 선수위원 1명뿐이다. 스포츠외교력 부족을 걱정하는 이가 많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선임 후 재선만 계속하면 만80세까지 역임할 수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미 NOC 추천 형식으로 IOC 위원직 희망 의사를 공개했다.
‘갑질 논란’을 목격한 자원봉사자는 이기흥 회장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와야 비키겠다”라고 버티는 사이 대한체육회 관계자가 “야! 국제올림픽위원회 별거 아니라니까. 우리는 개최국이야”라고 꾸중했다고 증언했다.
IOC도 하찮게 본 대한체육회 근무자는 고위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흥 회장은 자신이 위원이 되고자 꿈꾸는 국제올림픽위원회를 무시한 부하직원의 발언이 자신의 평소 생각을 반영한 발언인지 여부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
■자원봉사자는 바보가 아니다
대한체육회의 “국제올림픽위원회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오면 만나고 가려 했다. 예약석 표기가 없어 ‘머리를 쓰라’라고 했던 것”이라는 해명을 접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및 운영인력의 반응은 싸늘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17일 “커뮤니케이션의 80%는 표정과 뉘앙스, 제스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라면서 “자원봉사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표정과 말투로 무시를 한 것이 본질”이라는 비판을 담은 글이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