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요즘 다시 잠이 안 오기 시작하네요.”
프로 스포츠 감독의 삶은 참으로 힘들다. 비시즌에도 팀에 대한 고민은 끊이질 않는다. 지난 5일 만난 김진욱(58) kt 위즈 감독은 “시즌이 다가오니 잠이 안 오기 시작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kt는 50승 94패 리그 최하위로 지난 시즌을 마쳤다. 3년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받아들여야 했다. 아쉬운 결과지만 kt는 신발 끈을 더 바짝 조였다. 도약하기 위해 비시즌 동안 바쁘게 움직였다. 그 결과 FA 시장에서 황재균을 영입했고 좋은 성적을 거뒀던 라이언 피어밴드, 멜 로하스 주니어와 재계약을 마쳤다. 5일 더스틴 니퍼트와도 계약하며 외인 선수 구성을 모두 마치기도 했다.
↑ 2018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한 김진욱 감독. 사진=옥영화 기자 |
◆ 전력보강 나선 kt,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kt는 황재균, 니퍼트 등 KBO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계약을 맺었다. 특히 니퍼트와의 재계약은 큰 관심을 받았다. 이에 김 감독은 “외국에서 보고 있던 선수들, 로치, 니퍼트, 해커 중에서 니퍼트가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니퍼트와의 계약이 결정이 됐으니 이 전력을 가지고 새 시즌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까 고민할 차례다”고 설명했다.
니퍼트와 인연이 있는 김 감독이다. 2011-13년 3시즌 동안 두산 베어스에서 함께 했다. 니퍼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은 kt에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니퍼트가 좋은 멘토가 돼주길 희망하고 있다.
김 감독은 “니퍼트가 보인 절실함, 또 통산 100승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팬들의 관심도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니퍼트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동료들과의 신뢰 때문이다”고 전하며 두산 감독 시절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대구 원정경기 중 3연전 마지막 날 비가 많이 와 경기가 취소됐다. 그날 선발이 니퍼트였다. 경기가 취소되면서 바로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니퍼트가 루틴대로 캐치볼을 하고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군말 없이 니퍼트를 기다렸다. 한 명도 투덜대는 선수가 없었다. 루틴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그만큼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니퍼트가 kt에 오면 충분히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돼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본다.”
황재균에 대해서도 “FA 영입은 어떤 선수가 와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황재균이 오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일본 마무리훈련에 있었는데 계약 체결된 후 ‘다행이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 김진욱 감독은 앞으로 육성보다 성적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 “이제 육성은 없다. 오로지 성적 뿐”
든든한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력을 어느 정도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결과를 보이는 일만 남았다. 김 감독은 “새 시즌부터는 육성이란 말을 안 할 것이다. 이제 무조건 성적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꼴찌를 계속 하다 보니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갖고 경기를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정적으로 포기하고 놔버려서 지난 시즌에는 선수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다 들어줬다. 확실하게 주전, 비주전이 가려지지 못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제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얘기할 때 ‘이제는 안 된다. 스스로의 경쟁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 주전을 잡아가든지, 확실한 백업이 돼줘야 한다. 주전과 백업의 차이에서 뎁스가 낮다보니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을 때 전력이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났다”고 전했다.
선수들에게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왔던 김 감독은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마무리훈련을 해보니 이제 선수들 스스로가 뭘 해야 하는지, 제 위치가 어떤지 아는 것 같았다. 이런 게 ‘팀이 어느 정도 잡히고 있다’는 걸 느꼈다.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위즈는 2018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까. 사진=김재현 기자 |
◆ “꼴찌, 자존심 상해…목표는 5할 승률”
2018시즌 목표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5할 승률”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5할 승률을 맞추는 것이다. 김 감독은 “순위를 생각하다보면 다른 팀을 신경 써야 한다. 승률을 생각하면 우리 팀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 역시 속으로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겉으로 말을 안 할 뿐이다. 꼴찌는 정말 안 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꼴찌를 했으니 외부에서 어떤 욕을 하고 비난을 해도 다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면서도 "내가 순수하게 kt를 위해 하고자 하는 것은 이길 수 있는,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드는 것이다”고 전했다.
5할 승률을 거두기 위해선 전력 보강 외 선수들의 성장, 약점 보완 등 많은 것들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약점으로 꼽혔던 내야진 수비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했다. 김 감독은 “황재균의 3루 수비는 리그 탑급이다. 여기에 (박)경수도 있고 (윤)석민이 (오)태곤이와 1루를 보고, 유격수에서 정현, (심)우준, 박기혁이 있다. 로하스도 센터를 지키고 있으니 수비가 약하다 할 수 없다. 지난 시즌보다 수비 걱정은 많이 줄이셔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비어있는 4-5선발에 대해서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이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2018시즌에는 컨트롤 못 하는 투수들은 마운드에 못 선다고 명확하게 선수들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는 실전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2군에서 될 때까지 훈련시킬 것이다. 선수들은 항상 ‘할 수 있다, 내가 본때를 보여주겠다’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이 넘쳐야 한다. 실패를 해도 당당해야 한다. 걱정하는 건 코칭스태프, 감독이나 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조금 부담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김진욱 감독이 승리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 “시즌 초부터 달린다. 전력을 다 하겠다”
김 감독은 최근 선수단에게 “시즌 초부터 전력을 다 하자”고 강조했다. 무슨 의미인지 물었더니 “144경기 체제는 팀 전력에서 갈린다. 정신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력이 약한 팀은 초장부터 뛰면 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즌 중반에 아시안게임 때문에 2주 정도 휴식을 취하는데 그 전까지 다 쏟아 부어버리자고 했다. 고참들에게도 페이스를 더 빨리 끌어 올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2018시즌을 개막까지 78일 가량 남았다. 스프링 캠프에 다녀오면 연습경기부터 차례로 소화해야 한다. 김 감독이 새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한 가지다. 김 감독은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다. 우리가 운동장에서 직접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구장에 나오는 게 즐거워야 한다. 신나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선수 개개인에게 각자 베스트 시즌, 커리어하이를 찍자고 말했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가 돼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 김진욱 감독
1960년 8월 5일 출생
영천 중앙초-춘천중-북일고-동아대
1984 OB베어스 입단
1993 쌍방울 레이더스 소속
1998-99 분당중앙고 감독
2000-04 인창고 감독
2007-11 두산 베어스 코치
2012-13 두산 베어스 감독
2015-16 SKY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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