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8년과 함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정운찬호가 닻을 올렸다. KBO는 지난 3일 사상 최초로 총재 이·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구본능 전 총재와 함께 정운찬 신임총재가 참석했다. 1981년 12월11일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 창립총회가 열린 뒤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했지만 KBO 총재 이·취임식이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운찬 총재는 22대 KBO총재다. 정운찬 총재에 앞서 12명의 총재가 KBO의 수장을 맡았었다. 구본능 전 총재까지 11번의 총재 이·취임식 기회가 있었지만, 전임 총재와 후임 총재가 함께 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KBO총재는 프로야구에 관한 전반적인 사안들을 이끌어야 할 수장이라, 그 권한이 막강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출범 후 36년 동안 거쳐 간 총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 정운찬 신임 KBO 총재가 3일 제22대 KBO총재로 취임했다. 구본능 전 총재, 정운찬 신임 총재가 3일 오전 서울 양재동 캠코 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이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프로야구 초반 10년은 두 명의 총재가 이끌었다. 초대와 2대 총재를 지난 서종철 총재(1981.12.11.~1988.3.27.)는 육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을 지낸 군 출신 인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집권 세력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교관이었고, 전 전 대통령이 서 총재의 육군참모총장 시절 부관을 역임하는 등 살아있는 권력의 스승 격이라 오히려 정치권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면서 프로야구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3~4대 총재를 지낸 이웅희 총재(1988.3.28.~1992.5.27.)는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뒤 전두환 정권의 공보수석과 MBC사장을 거쳐 문화공보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냈다. MBC청룡 매각과 쌍방울 레이더스 창단으로 8구단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후 5대 이상훈 총재부터 11대 정대철 총재까지 6명은 낙하산과 단명(短命) 총재 시기였다. 비리의혹으로 사퇴한 인사가 2명, 장관이나 국회의원 당선으로 영전한 인사가 3명이다. 국방부장관 출신인 이상훈 총재는 1992년 5월 부임해,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9월 율곡비리에 연루돼 물러났다. 국회의원 출신인 11대 정대철 총재(1998.5.27.~1998.9.15.)는 경성게이트로 구속되면서 자리를 떠났다.
6대 오명 총재는 1993년 11월26일부터 12월21일까지 26일간 재임한 역대 최단기 총재다. 대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행정력을 인정받아 모셔왔지만, 교통부장관으로 입각하면서 물러났다. 국방부장관 출신인 후임 권영해 총재(1993.3.21.~1994.12.23.)도 안기부장에 임명되면서 떠났다. 역시 법무부장관 출신인 후임 김기춘 총재(1995.2.8.~1996.6.8.)는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물러났다.
12~14대 총재를 지낸 박용오 총재(1998.12.8.~2005.12.11.)는 선임 당시 두산그룹 회장이었고, 첫 민선 총재로 꼽힌다. 낙하산 총재의 폐해 속에 야구계 내부에서 추대된 최초의 총재다. 박 총재 시절 SK창단과 해태 매각, FA제도 도입 등 프로여구는 격변기를 거쳤다. 이후 국회부의장을 지낸 신상우 총재(15~16대, 2006.1.10.~2008.12.11.)가 부임하며 다시 정치인 출신 총재 시절로 돌아갔다. 신 총재 시절 한국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영광을 누렸지만, 현대 유니콘스 해체와 히어로즈 창단과 관련한 사안 등 논란거리도 남겼다.
명지학원 이사장 출신인 유영구 총재(17~18대, 2009.2.24.~2011.5.2.)는 다시 야구계 내부에서 추대된 총재였고, 9구단 창단을 주도했지만, 개인비리로 구속되면서 자리에 물러났다. 그리고 구본능 총재는 LG가의 일원인 희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기업인이다. 구 총재는 10구단 창단과 신축구장(광주, 대구, 포항, 울산, 마산 등)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재임 중 두 차례 승부조작 스캔들과 심판매수 사건이 터지는 등 악재도 많았다.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
또 연봉을 수령하기로 결정해 전임 총재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역대 총재 중 기업인 출신인 박용오, 구본능 총재와 교육법인 이사장이었던 유영구 총재는 무보수로 일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