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베테랑에게는 추운 겨울이다. 프로야구의 겨울 풍경이다. 2017시즌이 끝난 뒤 FA시장 개장, 2차 드래프트, 보류선수 명단 발표 등 스토브리그가 시작됐지만, 베테랑 들이 설 곳을 점점 줄고 있다. 이는 최근 프로야구에서 불고 있는 육성 기조와 관련 있어 보인다.
2017시즌 후에도 FA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에 대거 등장했다. 이들 중 30대 중반 이후의 나이대 선수의 계약은 지지부진하다. 롯데 자이언츠가 FA 첫 날 베레랑 유격수 문규현과 계약 소식을 알리긴 했지만 이후 베테랑 FA들의 계약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NC다이노스가 내야수 손시헌 지석훈, 외야수 이종욱과 계약한 정도다.
채태인, 이대형, 최준석, 이우민 등은 아직 계약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원소속팀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어중간한 베테랑 FA가 시장에서 찬밥 신세인 것은 비단 오늘일만은 아니다. FA로 타구단에 이적하게 되면, 타구단은 원소속팀에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줘야 한다. 더구나 보상선수로 내준 선수가 펄펄 날아다니면, FA가 이적한 구단 입장에서는 본전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기량 저하와 같은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원소속구단인 넥센, kt와 롯데는 보상선수 포기를 미리 선언하는 등으로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찬바람이다.
↑ 최근 외부 영입에도 불구하고 성적이라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던 대표적인 구단인 한화 이글스. 한용덕 신임 감독이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육성 기조로 돌아섰다. 사진=김영구 기자 |
대표적인 구단이 LG트윈스다. LG는 FA최대어 김현수를 영입하기도 했지만, 30대 중반 이후 고참급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는 분위기였다.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는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에 방출 통보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이병규 손주인 등이 둥지를 옮겼다. 사실 LG는 최근 들어 젊은 선수들을 키우려는 리빌딩 기조였다. 하지만 김현수를 영입하면서, 팬들로부터 이중적인 행보가 아니냐는 비난도 받고 있다.
롯데도 LG와 비슷하다. 2차드래프트에서 이병규 고효준 등 30대 중반 선수를 영입했고, 외부 FA 민병헌과 계약했다. 다만 포수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새 주전포수는 내부 경쟁을 통해 정해야 한다. 포수 포지션 뿐만 아니라 내야, 특히 3루수도 무주공산이다. 재계약에 성공한 조원우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2018년 기조를 육성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육성에 방점을 찍지만, 성적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화는 육성을 기치로 내세운 대표적인 구단이다. 신임 한용덕 감독이 취임 일성은 육성이었다. 직전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 시절 한화는 스토브리그의 큰 손이었다. FA를 대거 수집하며 성적이라는 토끼를 쫓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외국인선수에게 투자했던 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겨울에 돈을 써도 별 효과가 없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어찌 보면 한화 등의 실패 사례가 구단들이 지갑을 닫은 데에 영향을 미친 것도 없지 않다. 또 두산이나 넥센 등 육성형 구단의 성공사례도 육성 트랜드로 바뀌는 데 한몫했다. 두산은 10여 년 전부터 ‘화수분’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최근 수년 동안 신인왕이 거의 넥센에서 배출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넥센은 새 얼굴, 새로운 스타를 잘 만드는 구단이다.
결국 육성기조는 비용과 관련 있다. 가격대비성능(가성비)면에서 큰돈을 써서 FA를 영입하기 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서 쓰는 게 낫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