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하룻밤 사이에 주축선수 다섯 명이 사라졌다. 보다 정확히는 네 명이 떠나게 됐고 한 명이 곧 떠날 판이다. LG 트윈스가 팀 운명을 건 도전에 나섰다. 의미 있는 도전이 될지 혹은 섣부른 의욕이 될지 갈림길에 놓였다.
LG는 22일 가장 화제의 팀이었다. 오전에는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37)의 방출소식이 들렸고 오후에는 2차 드래프트에서 베테랑 선수 네 명이 무더기로 타 팀 지명을 받고 팀을 떠나게 됐다. 내야수 손주인(33)은 친정팀인 삼성으로, 외야수 이병규(35)는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또 다른 외야수 백창수(29)는 한화로 우완투수 유원상(31)은 NC로 둥지를 옮겼다.
단 하루 사이에 베테랑 투타요원 다섯 명이 팀을 떠나게 된 것. 정성훈의 경우 행선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팀이 방출의사를 전한만큼 타 팀 이적이 불가피하다.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전력 외로 풀렸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 타 팀 지목은 당연했을 수순. 형식과 과정을 떠나 다섯 명이 한 번에 팀을 떠나게 된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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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훈(왼쪽)과 손주인 등 베테랑 다섯 명이 일제히 LG를 떠나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평가여부를 떠나 우선 굉장한 파격이다. 몇 해 전부터 LG에서 리빌딩이라는 이름하에 세대교체 작업이 진행된 것은 분명했던 흐름. 다만 2017시즌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고 그 결과 사령탑이 교체됐으며 단장과 2군 감독까지 바뀌었다. 시즌 성적 6위가 말해주듯 전력자체가 그렇게 떨어지는 편도 아니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류중일 감독이 여직 보여준 운영철학까지 맞물려 LG가 다음 시즌 최대한 보수적인 운용을 펼칠 것이라 여겼는데 시작도 전에 파격적인 선수단 구성 태풍이 몰아쳤다. 내부 FA자원도 없는 상태이기에 플러스될 외부 FA 및 외인선수 계약이 변수로 꼽혔는데 알고보니 이미 내부적으로 조정이라는 큰 결단을 내린 상태였던 것.
일단 팬들 반응은 크게 격앙된 것이 주된 흐름이다. 내부사정을 떠나 그간 팀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투타 핵심요원들이 하루아침에 팀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만은 없다. 뿐만 아니라 다섯 명 모두 현 시점에서 기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거나 경쟁력에 밀린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구체적 수치를 떠나 정성훈과 손주인은 시즌 막판까지 주전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했다. 정성훈의 경우 갈수록 출전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믿을만한 대타자원이 없는 팀 내에서 알토란 활약이 펼쳤다. 백창수 역시 올 시즌 기량이 성장하며 주전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유원상도 부상을 털고 재기를 준비 중이었으며 이병규 역시 대타 정도는 역할이 가능했다.
나아가 이들 모두 그간 몇 년 이상 LG의 일원으로서 중심이 잡아준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프로세계에서 공헌도만으로 현재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으나 베테랑으로서 경기력 이상을 무엇을 보여줄 후보들이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손주인은 새롭게 바뀌는 LG에서 중심선수 이상의 역할을 다짐하기도 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무려 하루아침에 다섯 명이니 고정팬이 많은 LG 팬들 입장에서 허탈감을 느끼기 충분한 사안. 각종 야구관련 커뮤니티에는 이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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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주전경쟁에 나서며 빛을 본 외야수 백창수 역시 팀을 떠나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LG 측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일단 팀 내 묶을 영건 유망주들이 꽤나 많은 편. 특히 키우기 쉽지 않은 투수 유망주들이 적지 않다. LG는 올 시즌에도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철저히 미래를 키워나가는데 집중하겠다는 의도. 당장에는 베테랑들이 조금 더 나은 전력을 보여줄 수 있지만 한계가 명확한 대신 영건들은 잘만 풀린다면 한계 없이 더 길고 지속적으로 팀을 지탱해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리가 없는 부분은 아니다. 냉정하게 LG의 현 전력은 우승권에 가깝지 않다. KIA, 두산, NC 등에 비해 마운드는 괜찮으나 타력과 수비력 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 않다. 득점을 내야하는 타선과 야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수비력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적은 차이라 부를 수 없는 것. 마운드 또한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 등 외인선수 재계약 여부에 따라 온도차가 달라질 수 있다. 무조건적인 낙관은 없는 상황. 부르짖은 2019-20년 우승도전 전력에도 의문부호다.
이런 상황에서 비시즌 동안 팀 전체를 젊고 역동적으로 바꿔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풀이된다. 타이밍은 좋다. 새로운 감독이 왔다. 전반적인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간 리빌딩 수혜자들이라 불린 선수들도 자리를 잡았다고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우승청부사 사령탑과 함께 앞으로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기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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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원상(사진)과 이병규 역시 각각 NC와 롯데로 팀을 떠나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반면 지난 시즌 상위권, 올 시즌 중상위권 전력을 유지했는데 돌연 주축들을 내보내며 급격한 전력약화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많다. 이들 다섯 명의 팀 기여도를 생각한다면 당장 내년 LG의 전력에 물음표가 많다. 류 감독 역시 취임 후 LG에 대해 (아직은) 기량에서 확실한 선수가 없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많이 언급했는데 그나마 검증된 자원들이 대거 이탈하며 순식간의 변수의 팀으로 꼽힐 기세다. 손주인 자리는 강승호가, 정성훈 자리는 양석환과 김재율이 일단은 비슷하게 해줘야하는데 장담하기 어려운 격차다. 외인타자 역시 물음표가 많다.
당장은 LG의 확실하고 구체적인 의중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좀 더 파악하고 되짚어볼 부분이 많지만 현재로서는 파격적인 도전, 그리고 새로운 LG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우승위한 리빌딩 되기 위해서는
보다 중요한 관건은 앞으로다. 이대로 리빌딩을 하겠다고 베테랑들을 내보내기만 한다면 LG의 내년 시즌 전력은 미지수 그 자체가 된다. 우승권에 도전하던 팀이 돌연 리빌딩을 하는 모양새인데 팬들로서 당황스러울 법 하다. 감독만 바뀐다고 우승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 LG가 우승을 위한 리빌딩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거물급 FA 타자 영입, 외인타자 영입, 허프-소사 재계약 여부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하다. 과감한 트레이드 또한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무의미한 리빌딩 공염불만 외치게 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리빌딩은 쉽게 되는 것도, 쉽게 이뤄지지도, 결과가 눈에 띄게 보여지는 것도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실체가
다만 결과를 떠나 베테랑들과 이별하는 데 있어 좀 더 세련된 방식이 필요하다는 야구계 조언은 새겨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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