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도로 타고투저였다. KIA타이거즈의 통합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7 KBO리그도 타고투저 양상은 바뀌지 않았다.
올 해 화두는 타고투저 현상을 어떻게 잡느냐였다. KBO리그는 몇 년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여왔다. 지난해는 타고투저의 절정이었다. 리그 팀타율이 2015년 0.280에서 0.290으로 1푼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3할 타자가 무려 40명이나 배출됐다. '역대급' 타고투저라는 평가를 받았던 2014년의 36명보다도 많다. 투수들의 지표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3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7명에 불과했다. 2015년보타 3명 적어진 수치다.
급기야 올해 서울에서 치러진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을 겪은 후 타고투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서 KBO가 들고 나온 해결책이 스트라이크존 조정이었다. 개막 한 달여 동안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히 넓어져 있었다.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 바라보는 벤치, 팬들 모두가 느낀 부분이다. 지난해까지 다소 야박하게 군 탓에 볼 판정이 나왔던 스트라이크성 공이 그대로 스트라이크가 됐다. 타고투저 현상도 완화됐다.
↑ 최근 두드러졌던 타고투저 경향은 올 시즌에도 지속됐다. 사진=MK스포츠 DB |
급기야 타고투저 현상은 포스트시즌도 지배했다. 한국시리즈 초반에는 투수전이 벌어졌지만, 3차전 이후에는 꽤 많은 점수가 났다. 플레이오프때까지는 대량 득점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두산과 NC가 맞붙은 플레이오프는 4경기 동안 양 팀을 합쳐 총 78득점이 나왔다. 경기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무려 19.5점으로 거의 20점에 가까운 수치다. 1차전 13-5(NC 승) 2차전 17-7, 3차전 14-3, 4차전 14-5(이하 두산 승리)까지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기는 팀이 나왔다. 패배한 NC의 팀 평균자책점은 무려 12.60에 이르며 승리팀인 두산도 6.50이었다. 예년 같으면 정규시즌 타고투저 현상이 심했더라도 가을야구 들어서는 투수들이 힘을 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결국 내년 시즌에도 타고투저 억제는 KBO리그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괜찮은 투수자원의 성장도 더디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스트라이크존을 다시 조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마운드 높이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친 일명 도하 참사 이후에 마운드 높이가 낮아졌다. 당시에는 지금과 반대였다. 투고타저 양상이었고, 국제 기준에 맞춰 낮추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공인구의 반발력 조정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까운 일본 사례를 보면 위험할 수 있다. 일본은 수년 전 반발력이 떨어지는 통일구를 도입했다가 홈런이 급감해, 재미가 반감됐다는
어쨌든 이번 오프시즌 타고투저 현상 억제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 관계자는 “KBO와 구단, 그리고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전반적인 리그 수준을 생각하더라도 한 쪽에 너무 치우치면 건강한 리그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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