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11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KIA 타이거즈. 현역시절 타이거즈 레전드로서, 현재는 수석코치가 돼 우승을 맛본 조계현(53) 코치에게는 더욱 남다른 감정이 들었을 터다.
조 수석코치가 느끼는 짜릿한 감정은 다른 이들을 뛰어넘는다. “우승은 할수록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모처럼 고향팀에서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되니 더 좋다”고 기뻐한 그는 “10여년 만에 고향팀에 돌아와 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고향팬분들께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이번 우승의 소회를 털어놨다. 우승을 차지한 지 이제 하루가 지난 시점. 조 코치 뿐만 아니라 KIA 선수단 전체에는 아직 여운이 한가득했다.
↑ 조계현 코치가 KIA의 한국시리즈 무패신화에 대해 전통의 힘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조 코치는 “선수시절에는 ‘와 우승했구나’ 하고서는 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석코치니깐, 좀 다르다. 아버지 같은 마음이 들더라. 결과도 중요한데다가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다치면 안 되는데’ 같은 마음이 계속 들어 조마조마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다만 조 코치는 “(코치로 우승을 해보니) 기분이 더 좋다. 무엇인가 일을 한 것 같다”고 허허 웃었다.
마지막 우승의 그 순간, 걱정도 했다고. KIA는 리드하다 막판 두산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다. 9회말 양현종의 전격 불펜투입 카드가 이뤄졌지만 성공여부를 예단하기 힘들었다. 조 코치도 “현종이가 (2차전서) 완투를 하지 않았나. 몸 상태가 최고는 아니었을 터”라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9회부터 던지겠다고 했다. (공을) 던져보니 괜찮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는 의미다”라며 “현종이가 나가니 상대에게 압박을 줄 수 있었다. 우리한테는 편안함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떠올렸다.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결과는 분명했다. 위기 때마다 숱하게 나서 평정했던 현역시절 조 코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냐는 질문에 “우리 때는 공만 쥐어주면 나갔다”고 껄껄 웃으며 “현종이가 잘해줬다”고 거듭 대견해 했다.
KIA는 해태시절 포함 11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유일하게 단 한번도 준우승 기록이 없는 팀이다. 조 코치는 선수로서, 또 이번에 지도자로서 이와 같은 새 역사를 함께 했다. 그는 “전통의 힘 때문이 아닐까싶다”며 “해태시절에도 그렇고...한 번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나오는 것 같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상대도 이러한 KIA의 전통에 부담을 느낄 법하다고.
↑ 조계현(왼쪽에서 두 번째) 코치는 선수로서 또 지도자로서 따낸 타이거즈 우승의 감회가 다르고 새로웠다고.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KIA는 모두의 기대 속 11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하지만 이제 곧 수성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할 터다. 조 코치도 아직 이르지만 벌써 이제 내년 시즌 어떻게 지켜야하나 고민이 든다고.
다만 이전보다 더 여유가 생겼다고도 했다. 이유는 우승이 주는 효과 때문이다. 조 코치는 “현역 때도 떠올려보면 우승이라는 게 오히려 처음 한 번 하는 게 어렵다. 한 번이라도 하면 선수들이 그 (우승의) 맛을 알게 된다. 선수들 스스로가 이를 지키는 법을 터득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타이거즈 레전드로서, 팀 수석코치로서 우승의 기쁨이 더 특별하다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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