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등을 많이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남들은 잘 모른다.”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2인자의 설움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2등을 많이 한 자부심도 있다”고 껄껄 웃었다. 웃었지만, 뼈가 있는 반응이었다. 2인자 꼬리표는 김경문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핸디캡이었기 때문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따낸 명장인 김경문 감독은 아직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다. 2004시즌부터 두산 베어스 감독에 부임한 뒤 팀을 숱하게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감독 2년차에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지만, 당시 삼성 라이온즈에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김 감독은 두산을 이끌고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도전했지만,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와이번스에 2년 연속 패하고 말았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1,2차전을 모두 잡고,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이긴 팀의 우승 확률이 100%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은 3차전부터 SK에 충격적인 4연패를 당하면서, 첫 리버스 스윕 사례의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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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문 NC감독이 10번째 가을야구에서도 다시 쓸쓸하게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사진=옥영화 기자 |
2011년 중도퇴진 후 신생팀 NC다이노스로 옮긴 김 감독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NC를 가을야구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친정에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더구나 자신의 후배 포수이자, 두산 코치와 감독시절, 포수와 배터리 코치로 함께한 김태형 감독에게 3년 연속 패했다. 김태형 감독이 감독 1년차였던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에 2승3패로 아쉽게 패했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두산에 내리 4패를 당했다. 올해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천적 더스틴 니퍼트에 6득점하는 화력을 자랑하며 13-5로 승리했지만, 내리 3경기를 내주면서 또 다시 두산울렁증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김경문 감독 개인적으로 10번째 가을야구.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이 확정된 뒤 김경문 감독의 표정은 굳어졌다. 경기 후 “오늘 이겨서 5차전까지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확실히 오래 가을 야구를 하면서 불펜 투수들이 많이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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