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안준철 기자] “솔직히 떨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27)이 듬직하게 말했다.
박세혁은 2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 승리의 숨은 공신이었다. 이날 두산은 14-3으로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을 2승1패로 만들었다. 한 번만 더 이기면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이다.
박세혁은 이날 스타팅 멤버는 아니었다. 두산에는 양의지(30)라는 걸출한 안방마님이 있다. 하지만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1회말 수비만 마치고 교체됐다. 2회초 1사 후 양의지 타석에 박세혁이 대타로 나서며 경기에서 빠졌다. 양의지에 비해 큰 경기 경험이 적은 박세혁이지만, 첫 타석부터 NC 선발 에릭 해커에 몸에 맞는 공을 얻어냈다. 박세혁의 출루는 2회 두산 빅이닝의 시작이었다. 박세혁은 해커의 2루 악송구 때 홈을 밟았고,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민병헌의 만루홈런이 터지며 5-0으로 승부는 결정됐다. 이날 박세혁은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 20일 오후 마산 야구장에서 2017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러이오프 3차전이 열렸다. 2회초 1사 1,2루 두산 오재원 땅볼 때 박세혁이 NC 실책을 틈타 선취득점을 올리고 있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
그에게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뜨거운 두산 타선을 상대로 만나게 되면 어떨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세혁은 “하늘에 맡겨야죠. 1번부터 9번까지 쉼 없는 타선 아니냐. 정말 쉽지 않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박세혁은 선배들을 믿고 경기에 임했다고 전했다. 그는 “얼떨떨하다. 그래도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면서 “좋은 형들이 많기 때문에 믿고 했다”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어 “갑자기 들어가게 됐는데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떨림과 설렘이 공존했던 것 같다. 한번도 제대로 뛰어보지 못한 무대에서 2회부터 나가게 되니 긴장했는데 형들을 많이 믿었다. 이야기도 많이 하다보니 긴
박세혁의 활약은 두산 입장에서 든든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박세혁이 숨은 MVP다. 정규시즌 중에도 양의지가 빠졌을 때 경기를 많이 나갔는데, 그 때 경험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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