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이상철 기자] 함덕주(22)가 없었다면 두산은 어쩔 뻔 했을까. 미래의 좌완 에이스는 가을야구에서 주가를 드높이고 있다.
두산과 NC의 2017년 플레이오프는 만루 홈런 시리즈다. 3경기 연속 그랜드슬램이 터졌다. 또 하나, 인물로 꼽는다면, 함덕주 시리즈다.
함덕주는 정규시즌 막바지처럼 플레이오프에서 불펜 보직을 맡았다. 선발 네 자리는 ‘판타스틱4’의 몫이었다. 하지만 활약상은 판타스틱4 이상이다. 니퍼트, 장원준(5⅓이닝 6실점 5자책), 보우덴(3이닝 3실점)이 부진한 것과 다르게 함덕주는 매 경기 호투 중이다.
↑ 두산 함덕주는 20일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번째 투수로 등판해 무실점 역투로 분위기 전환을 이끌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8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사진(창원)=옥영화 기자 |
김태형 감독의 공언대로 함덕주는 ‘2번째 투수’였다. 선발투수 바로 뒤에 투입됐다. 김 감독은 함덕주의 등판 시기를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함덕주는 1차전에서는 두산이 1점차로 쫓아갈 때, 2차전에서는 NC가 스크럭스의 홈런과 함께 추격의 시동을 걸었을 때 등판했다. 그리고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2⅓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김 감독은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덕주는 두산에게 가장 믿음직한 불펜이었다.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가 따로 없다. 김 감독은 20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보우덴이 최소 5이닝까지 끌고 가야 한다.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할 경우, 긴 이닝을 맡아줄 투수가 함덕주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함덕주는 3차전에서도 보우덴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는 좀 더 빨랐다. 7-3의 4회말 무사 1루. NC는 5점차에서 야금야금 두산의 뒤를 따라붙었다.
두산은 NC의 기를 꺾어야 했다. 함덕주는 공 1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노진혁의 중견수 뜬공과 박민우의 본헤드플레이로 주자를 지웠다. 나성범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곧바로 스크럭스를 범타로 처리했다. 4회말 함덕주의 투구수는 단 3개.
NC는 함덕주의 구위에 눌렸다. 함덕주는 5회말 공 14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앞선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했던 모창민과 권희동은 모두 범타. 2차전까지 플레이오프 타율 0.556의 손시헌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함덕주가 NC 타선을 잠재우는 동안 두산 타선은 깨어났다. 6회초 NC 마운드를 두들기며 대량 득점(7)을 올렸다. 승부의 추가 두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함덕주는 6회말 아웃카운트 2개를 더 잡고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2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지난해까지 함덕주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0.86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등판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놀라운 반전이다
큰 무대일수록 젊은 투수보다 경험 많은 베테랑을 찾을 수밖에 없다던 김 감독이었다. 그 젊은 투수 대상에 함덕주는 미포함이다. 흐름을 바꾼 함덕주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의 기쁨까지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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