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1~4위가 가려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1위가 결정될 잠실 SK-두산전 및 수원 KIA-kt전, 3위가 확정될 대전 NC-한화전 및 사직 LG-롯데전에 관심이 쏠린다.
그에 반해 대구 넥센-삼성전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팀끼리의 경기다. 순위 싸움 측면에서 본다면, 넥센의 6위 등극 여부 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야구 역사에 있어 길이 남을 경기이자 야구팬에게 평생 기억될 경기다.
영원한 홈런왕인 이승엽(41·삼성)의 은퇴경기다. 그리고 선수 이승엽의 KBO리그 1906번째 경기이자 진짜 마지막 경기다. 삼성은 넥센전 결과에 관계없이 9위를 차지했다. 뛰고 싶어도 더 이상 경기가 없다.
↑ 이승엽은 3일 은퇴경기에서 홈런으로 작별 인사를 하기를 꿈꾸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승엽은 그동안 큰 활약을 펼치고 위대한 기록을 세우고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가 이루고 싶던 기록은 이미 다 이뤘다. 하지만 딱 하나 의미 있는 게 남아있다. 현역 마지막 경기다.
이승엽은 강한 동기 부여를 느끼고 있다. 정말 멋지게 마무리를 짓고 싶다. 이승엽은 “나 대신에 후배들이 경기에 뛰는 게 맞다. 다만 은퇴경기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 잘 마치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아 대타로 뛰는 경우가 많았던 그는 이 1경기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선발 출전은 확정됐다. 김한수 감독은 일찌감치 이승엽의 선발 출전을 공언했다. 감도 회복했다. 이승엽은 열흘 만에 선발 출전한 1일 잠실 LG전에서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6회 손주영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때렸다. 이승엽의 통산 2154번째 안타. 마지막일지 모를 안타지만 이승엽은 대구에서 마지막 안타를 기록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리고 그 안타 중 하나는 통산 466번째 홈런이기를 바랐다.
홈런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는 것. 그가 자신을 사랑해줬던 야구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이승엽은 9월 13일 대구 한화전에서 홈런을 날린 뒤 8경기째 홈런이 없다. 배트를 짧게 쥔 영향이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배트를 휘두른다. 홈런을 위한 배팅이다.
이승엽은 3개월 전 뛰었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도 홈런을 노렸다. 파울 홈런과 2루타를 때렸으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외야 펜스를 넘긴 타구는 없었다.
넥센의 선발투수는 한현희. 이승엽은 올해 한현희를 상대로 7타수 3안타 타율 0.429를 기록했다. 그러나 홈런을 날리지 못했다.
또 한 번의 도전이다. 그는 어떤 기록을 남기며 마지막 인사를 할까. 적어도 평소와 다름없이 최선을 다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터다.
↑ 삼성은 2010년 9월 19일 양준혁의 은퇴경기에서 SK에게 졌다. 7년 뒤 이승엽의 은퇴경기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
삼성 소속 선수의 은퇴경기는 2번째다. 2010년 9월 19일 대구 SK전의 양준혁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성대하게 치르며 ‘양신’과 작별을 고했다.
이번에는 더욱 풍성하고 화려하다. 삼성은 오래 전부터 이승엽의 은퇴를 기념해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했다. 앞서 홈경기마다 ‘굿바이 36’ 시리즈를 진행했다. 또한, 기념품 세트도 한정 판매했다.
이승엽의 은퇴 기념 이벤트는 마지막 경기에서 정점을 찍는다. 시구자부터 특별하다. 이승엽의 부인 이송정 씨는 남편을 위해 처음으로 시구를 한다. 이승엽의 가족시구는 예전에도 있었으나 이승엽의 부부 시구는 최초다. 그리고 마지막일 것이다. 이승엽은 “나와 아내에게 의미가 크다.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했다.
삼성은 은퇴경기 입장 관중에게 ‘포에버 36’ 응원수건을 배포해 더욱 통일된 이승엽 응원을 펼친다. 앞서 은퇴 티저 영상을 SNS에 등록해 분위기도 고조시켰다.
경기 시간도 오후 2시에서 오후 5시로 변경했다. 이승엽의 은퇴식을 더욱 성대하게 치르기 위함이었다. 경기 이후에 집중될 은퇴식은 1시간가량 진행된다. 이승엽은 은퇴투어를 하며 9번의 뜻 깊은 선물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삼성의 선물은 더욱 의미가 클 터다.
무엇보다 이승엽이 받고 싶은 선물은 ‘승리’다. 이승엽은 은퇴경기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했다. 팀의 승리로 더욱 홀가분하고 기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자 한다. 이승엽은 동료들에게 ‘나를 위해 이겨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선발투수 백정현에게도 호투를 당부했다.
이승엽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승엽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새 구장(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뛰고 싶다. 그렇다면 나도 마음 편히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2년 연속 9위에 그쳤다. 이승엽의 가을야구는 20
“승리의 하이파이브는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는 이승엽이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동료들이자 후배들이 이승엽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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