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대체선발 카드, 변수 막아준 플랜B 홍건희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황석조 기자] 대체선발 카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빠르게 작동한 플랜B가 의외의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KIA 타이거즈의 마운드 변수를 막아준 홍건희가 그 주인공이다.
KIA 입장에서 1일 광주 두산전은 마운드 측면에서 고민이 많았다. 중요한 맞대결인데 공교롭게 2연전 모두 3, 5선발이 출격해야 했기 때문. 31일은 그나마 3선발인 팻딘이 나섰지만 1일이 문제였다. 그마저도 최근 좋은 활약으로 선발 등판이 유력했던 임기준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별다른 대체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김기태 감독은 전반기 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다 후반기 페이스가 꺾인 정용운을 다시 내세웠다.
임시방편이었던 정용운. 내용이 좋았다면 헐거워진 KIA의 4-5선발을 다시 책임질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기대에 어긋났다. 정용운은 1회부터 3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더니 2실점했다. 2회에도 나섰지만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이어 후속타자에게도 연속 볼만 두 개를 던졌다.

↑ KIA 타이거즈 홍건희(사진)가 두 번째 투수로 나와 선발 역할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그러자 KIA 벤치가 즉각 움직였다. 2회초에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한 정용운을 강판하고 홍건희를 내보낸 것. KIA 입장에서 마운드 쪽 최대변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쉽지 않은 흐름이 예상됐다.
하지만 다소 변수로 인해 사용하게 된 이번 카드는 예상외의 대반전을 만들어냈다. 구원 등판한 홍건희는 허경민을 병살타로 이끌어 위기를 막아냈고 이어 민병헌도 땅볼처리하며 가뿐하게 이닝을 종료했다.
홍건희의 반전쇼는 계속됐다. 3회 연속 두 타자를 출루시켰으나 후속타선을 막아내 희생플라이 1실점만 내줬다. 4회와 5회는 깔끔한 삼자범퇴. 6회 역시 등판해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양의지와 에반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제 역할을 다했다. 홍건희는 이후 고효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올 시즌 초반 선발로 두 번 등판한 뒤 부진해 이후 줄곧 불펜으로만 등판했던 홍건희는 이날 경기 4⅔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4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총 65구를 던졌는데 속구와 함께 슬라이더가 제대로 먹혔다. 내용에서 보여주듯 사실상의 선발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준비된 조치일 확률이 크지만 비교적 일찍 마운드에 올랐는데 거의 흔들리지 않으며 자칫 두산에 넘겨줄 수 있는 분위기를 다잡았다.
후반기 들어 사실상 매주 4-5선발 테스트가 열리고 있는 KIA는 그로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심동섭, 임기준 등 인상적 활약을 펼치는 기존 불펜투수들의 모습이 반갑다. 지난 시즌 선발로 잠재력을 펼쳤으나 올 시즌 불펜 역할을 수행 중인 홍건희도 이러한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기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위기 속 KIA 마운드가 쉽게 쓰러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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