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찼다. 이기지 못한 대가는 컸다. 한국을 둘러싼 환경은 급반전됐다. 모든 게 최악이다. 일본이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날, 한국은 초상집 분위기다.
한국은 지난 8월 31일 가진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에는 실점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도 득점하지 못했다. 이란전 무승 행진은 5경기로 늘었다.
심각한 것은 이란과 악연이 아니다. 한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 자리를 일단 지켰으나 위기는 더욱 커졌다. 경쟁팀은 더 늘었으며, 이점은 더 많이 사라졌다.
↑ 한국은 이제 월드컵 예선 탈락을 걱정할 처지다. 플레이오프 티켓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사진(상암)=옥영화 기자 |
한국은 지난 3월 28일 천신만고 끝에 시리아를 1-0으로 꺾었다. 시리아는 안중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이 카타르, 이란을 상대로 승점 1점만 딴 사이 시리아는 승점 4점을 획득했다. 골 득실차도 +1로 같다.
승점이 같을 경우, 골 득실차로 순위를 가린다. 한국과 시리아는 승점 2점차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 비기고 시리아가 이란을 이길 경우, 순위가 뒤바뀐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시리아의 최종전 상대는 A조 최강 이란이다. 객관적인 전력은 이란의 우세다. 시리아는 원정의 불리함도 갖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시리아가 이란을 잡을 수도 있다.
한국은 상황이 매우 불리해졌다. 유리한 것이 없다. 우즈베키스탄과 비겨도 안심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이겨야 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매우 어렵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만날 때마다 고전했다. 지난 2016년 11월 15일 가졌던 홈경기에서도 힘겹게 2-1 역전승을 거뒀다. 5년 전 타슈켄트 원정에서 그라운드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란전 같은 플레이가 되풀이 될 지도 모른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란, 중국에 잇달아 패하며 A조 2위에 오를 기회를 놓쳤다. 삼세번이다. 한국전에서 승점을 추가해야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승점 3점만 바라보고 있다. 동기부여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은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점점 나빠지고 있다. 게다가 전력의 플러스 요소가 없다.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출전 가능성이 제기되나,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기성용은 무릎 수술로 실전 감각도 떨어진다. 최철순(전북 현대)도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다.
이란을 못 이기면서 180도 달라졌다. 한국이 이란을 이기고,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을 이겨도 쫓기는
무엇보다 한국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9월 1일 타슈켄트로 떠나는 태극전사의 발걸음은 무겁다. 지난 6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돌아올 때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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