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지난 4월12일 이래로 굳건히 선두를 수성 중인 KIA 타이거즈. 선발진, 타선, 신구조화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순항 중이다. 그런데 이와 중에 시즌 내내 지적 받고 또 걱정을 안기는 그런 포지션이 있다. “괜찮다, 나아질 것이다”라며 희망을 품기도 하고 또 실제로도 최근에는 긍정적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그런 역할, 바로 불펜 나아가 전체적으로 마운드의 허리와 뒷문에 대한 걱정이다. 베테랑 임창용부터 새 얼굴 김세현까지. KIA의 올 시즌 불펜관련 우여곡절을 떠올려봤다.
▲암울했던 시작
시작은 암울했다. 시즌 초반부터 파열음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시범경기 때 150km대 후반의 강속구를 뿌리며 기대감을 안겼던 파이어볼러 한승혁은 시즌 첫 등판인 4월1일부터 ⅓이닝 동안 안타와 사사구 등 좋지 않은 모든 지표를 보여주더니 2실점하고 물러났다. 얼떨결에 당시 경기 승리투수가 됐던 임창용 역시 4타를 상대하며 1피안타 2사사구를 허용하며 흔들거렸다. 고효준과 김광수, 다른 베테랑 자원들도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경기에서 승리했으나 내상이 많이 남았다. 본격적으로 KIA의 불펜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 |
↑ 우승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 다가온 KIA는 김세현(사진)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하며 약점인 뒷문강화에 열을 올렸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4월1일의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인 4월8일 광주 한화전. KIA 팬들은 힘겨운 장면을 목격한다. 경기 내내 한 점차 리드를 잡다가 후반부 동점을 허용했으나 7회말 이내 다시 달아나며 리드를 지켰다. 승리가 멀지 않은 듯했다.
그런데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이 1사를 잡은 뒤 연속타를 맞고 위기에 직면하고 만다. 후속타자 송광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이내 김태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한다. 그렇게 KIA는 어찌 보면 허무하고 충격적인 패배를 안게 됐다. 이 때 부터 KIA 불펜을 향한 팬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약점으로 불펜이 꼽히기도 했다. 옵션이 풍부한 줄 알았던니 오히려 정반대였다. KIA의 아킬레스건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말았다.
▲고육지책의 연속
그렇게 시즌 초 몇 번의 일화를 거치며 KIA는 대표적인 불펜 약세 팀으로 떠올랐다. 실질적으로도 전반기 내내 불펜 평균자책점은 하위권을 전전했다. 마땅한 마무리투수도 없이 고육지책이 연일 이어졌다. 임창용은 1군과 2군을 오갔고 대신 집단이 동시에 출동하는 마무리 시스템이 구축됐다. 김기태 감독은 불펜 관련 질문이 나올 때면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하기도 했다.
▲김윤동의 깜짝 반전
자연스럽게 역할이 조정됐다. 그 사이 지난 시즌 기량을 꽃 피우며 올 시즌 선발 후보감으로 거듭났던 김윤동이 불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물 흐르듯 마무리투수 역할도 맡겨졌다. “더 좋은 성적,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면 어떤 방향이든 가겠다”고 당시 포부를 밝혔던 김윤동은 이내 안정적으로 마무리투수에 안착했다. 이후 큰 조정기 없이 순항한 김윤동은 블론세이브도, 퍼펙트세이브도 경험하며 한층 성장했다. 10일 현재는 두 자릿수 세이브와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굳건한 마무리투수로 거듭나기 이르렀다.
![]() |
↑ KIA는 이번 시즌 초반 임창용(사진)의 부진을 시작으로 뒷문불안의 고민을 안게 된 바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김윤동이 급부상했어도 KIA 허리와 뒷문은 큰 반전까지는 이루지 못했던 상태. 전반기 막판에도 후반기 시작에도 불펜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현재 진행 형이었다.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기존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후반기 들어 성과가 있었다. 어깨 통증으로 시즌 초반 1군과 2군을 오르락내리락했던 좌완 셋업맨 심동섭이 후반기 이전과 확연히 다른 안정감을 펼친 것. 후반기 네 번의 등판 동안 한 경기만 실점했을 뿐 세 경기는 퍼펙트였다. 특히 강팀을 상대로 위기 상황을 모면하게 만드는 피칭은 가히 압권이었다.
그러자 다른 투수들도 덩달아 기운을 냈다. 올해 신인이자 사이드암 박진태가 중추 역할로 떠올랐고 선발후보에서 탈락한 홍건희도 차츰 힘을 보탰다. 시즌 내내 기복이 심했던 임창용도 후반기 일곱 경기 동안 단 두 경기 실점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특유의 뱀직구를 자랑하며 타선을 봉쇄했다. 이들의 힘이 모여 KIA 불펜을 시너지 효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긍정적 신호가 몇 차례 감지됐다. KIA 불펜의 반격의 신호가 높아졌다.
▲또 한 번의 뒷문보강
조용하던 7월31일 오전, KIA는 나름 대형 트레이드 소식을 전한다. 이번 시즌 이명기와 김민식을 영입해 반전을 만들어 논 KIA는 후반기 순위싸움 및 포스트시즌, 나아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시 완벽한 우승을 꿈꾸기 위해서는 안정적 불펜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아끼던 유망주 자원들을 넘긴 채 지난해 구원왕 김세현을 영입했다.
김세현에 대핸 평가는 엇갈렸다. 구원왕 답게 중요한 순간 KIA 뒷문을 철통 같이 막아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강속구가 장점인 김세현은 마무리투수, 특히 불펜에서 최적화된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었다. 반면 지난해에 비해 올 시즌 기복이 적지 않으며 사실상 기존 팀 넥센서 마무리투수 역할을 빼앗겼을 정도로 구위가 하락해 기대치만큼 성과를 이루기 어렵다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 |
↑ KIA의 올 시즌 수확 중 하나로 김윤동(사진)의 마무리투수 안착이 꼽힌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상반된 평가를 떠나 김세현의 영입은 KIA가 올 시즌 미래가 아닌 현재를 바라보고 있음을 숨김없이 과시한 부분이 됐다. 원하지 않더라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말텐데 우승 자리를 넘보는 것이 기정사실이고 동시에 이를 노리고 있는 NC, 두산 등의 강한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
그래서 김세현 영입은 의미가 있었다. KIA는 김세현을 통해 유일한 약점으로 꼽힌 뒷문을 보강하려 했다. 지난 시즌 구원왕의 기세를 찾아준다면 기존 김윤동, 임창용, 심동섭과 함께 시너지를 이룰 것이며 나아가 팀 내 마운드 옵션을 풍부하게 하고 단단히 해줄 것임이 분명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김윤동 등에게는 한결 여유있는 피칭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충분히 해볼 만한 도박, 혹은 도전이었던 것이다.
▲더 궁금해진 후반기 KIA 불펜
KIA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고 탄탄한 저력을 갖고 있다. 불펜이 불안하다고는 하지만 최근에는 다소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올 시즌을 우승의 적기로 삼고 공격적이고 의미 있는 행보를 펼쳤다. 믿음의 리더십, 동행, 트레이드 영입 등 방법도 다채롭다.
그렇게 윤이 칠해진 KIA 마운드는 이제 한결 옵션도 풍부해지고 기대해볼만한 요소도 많아졌다. 기대하지 않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